대구시가 운영하는 건축물미술작품 심사제도가 심의위원의 작품 출품을 허용하는 등 제도상 맹점 때문에 공정성 시비를 불러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심의위원의 불참을 전제로 심의위원 작품의 출품을 허용한다지만 사실상 셀프 심사라는 비판을 면키는 어렵다. 최근 우리사회가 공정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등을 고려하면 제도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할 문제다.

현재 대구시는 건축물미술작품 심의위원으로 전문가와 일반시민 등 50여명으로 구성하고 있다. 심의 때마다 10명 안팎의 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되 해당 심의위원에 포함되지 않은 심의위원의 작품 출품은 허용한다고 한다. 서울·경기 등에서는 심의위원의 작품 출품이 금지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심사의 공정성뿐 아니라 미술품 설치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이 설치되거나 비슷한 소재와 모양의 미술장식품이 등장, 신선감을 떨어뜨리는 등 도심 미관을 살리려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물미술작품 설치가 의무화된 1995년 이후 전국적으로 1만 6천여 건의 작품이 설치됐으나 대구의 경우 작품성으로 건축물이 돋보이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미술장식품이 조성되고 나서 사후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 문체위 소속 이상헌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조성된 미술작품 1천982개 가운데 40%가 특정 작가에 집중적으로 수혜가 간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건축물에 설치되는 미술장식품은 미술문화 장려와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수준 높은 미술품을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적 사업의 일환이다. 최근 부산시는 공청회까지 열고 대형건축물에 설치되는 미술작품의 선정 및 심의의 투명성 높이기에 나섰다고 한다. 대구시도 대형건축물 미술작품이 대구시 이미지에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깨닫고 제도 운영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또 설치 미술품의 사후 관리는 물론 타 도시보다 높은 수준의 미술품이 설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도시의 경쟁력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