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사랑의 온도탑이 경기 불황을 반영하듯 뜨뜻미지근한 가운데서도 대구의 키다리아저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공동모금회를 찾았다. 매년 이맘때면 대구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걸려오던 키다리아저씨의 전화가 올해도 어김없이 울렸다.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한 제과점에서 만난 얼굴 없는 천사인 60대 부부는 “올해는 가족의 이름으로 1억원을 기부하다보니 금액이 적다”며 2천300여만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모금회 직원에게 건넸다. “올해도 경기가 어려워 기부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월 1천만원씩 저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부가 쓰고 싶은데 쓰지 않고 소중하게 모았다”며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나눔의 기쁨에는 비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다. 2012년 1월 1억2천300만원을 시작으로 기부에 나섰던 이 부부는 매년 1억원 이상을 대구시 공동모금회에 기탁해 지금까지 기탁 금액만 9억8천여만원에 달한다. 모금회 직원의 권유에도 끝까지 자기 이름과 신분을 밝히지 않고 성금만 전달해 왔다. 지역사회는 그를 키다리아저씨라 불렀다. 8년동안 이어온 키다리아저씨의 이웃사랑으로 지역사회는 연말만 되면 잔잔한 파문이 일 정도이다. 한해를 되돌아보는 연말이어서 불우한 이웃을 위한 키다리아저씨의 성금 전달은 올해처럼 썰렁한 연말 분위기를 훈훈하게 달구기에는 더없이 좋은 미담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에서는 40대 부부가 자녀와 함께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는 일시나마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더욱 절실한 시기에 키다리아저씨와 같은 이웃사랑은 우리사회의 큰 힘이 된다.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 경북도와 대구시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경기불황으로 사랑의 온도탑이 오르지 않아 걱정이라 한다. 경북은 나눔온도가 55℃며, 대구는 39℃에 그치고 있다. 경기침체로 올해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한다. 어김없이 찾아온 키다리아저씨의 기부는 위축된 기부문화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기부를 나눔으로 실천하는 그의 신념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