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트렁크에 눈길 한번 던지고 메모와 전보를 번갈아 쳐다봤을 뿐, 이내 관심을 꺼버립니다. 다음 역에 도착했을 때 차장이 다시 똑같은 내용이 담긴 새로운 한 통의 전보를 가져옵니다. 사장은 잠시 놀라지만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정차 역에서 또 한통 전보를 받자, 그녀의 끈질김에 레이슨 사장은 트렁크 뚜껑을 엽니다. 트렁크 안에 가득한 엄청난 분량의 원고를 보고 사장은 기가 막힙니다.

무료했던 여행길에 생각 없이 집어든 원고의 첫 페이지를 읽는 사장의 눈동자가 점점 커집니다. 뉴욕에 도착할 때까지 원고를 끝까지 다 읽습니다. 감동한 사장은 손님들이 모두 하차했음에도 원고를 붙든 채 내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사장은 즉시 출판을 지시했고 10년 동안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던 원고는 미국 전역을 뒤집어 놓습니다. 마가렛 미첼 여사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출간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곧 27개 언어로 번역,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약 3천만 이상 팔렸습니다.

지금도 해마다 25만 부가 계속 팔려나가고 있는 중이지요. 오늘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열심히 읽고 있는 그대 안에 잠든 ‘작가 본능’을 깨워 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을 읽고 감동하며 영감을 받는 일도 필요한 일이지만, 세상에는 그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진지한 질문을 던져 봅니다.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 (그도 하고 그녀도 하는데 나라고 왜?)” 내 안에 이미 싹트고 영글어 가는 멋진 컨텐츠를 글로 꺼내 세상과 나누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부름이자 요청입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일은 가장 멋진 배움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마가렛 미첼의 스토리가 그대와 나의 이야기로 흘러들기를 바라며 2020년을 준비합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