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365일이 언제 다 갔을까. 새해 벽두에 꿈꾸고 다짐하였던 소망과 약속들은 어디에 있을까. 겨우 며칠 남은 이 한 해를 보내며 돌아보는 마음과 다시 바라보는 기대가 가득한 날들이다. 조용하고 뜻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나라는 어찌 이렇게 시끄러울까. 소용돌이는 누가 만들었는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인지. 맨 앞에 선 이들이 저렇듯 싸움판이니 국민의 생각이 편할 날이 없다. 불편한 심사는 누가 잠재울 수 있을까. 누구 좋으라고 저러는 것이며 누가 평화롭게 만들 수 있을까. 저런 끝에 정말로 국민이 좋을 것인지. 저게 지나가면 나라가 평안할 것인지. 당신들이 위한다는 국민은 어지럽기만 하다. 당신들이 바란다는 나라의 평화는 누구 책임인가.

놀랍게도 책임이 모두 그들에게 있다. 소란을 만들어 북적이는 것도 저들 때문이며, 잠재우고 평온하게 만들 사람도 바로 저들이다. 정치는 바로 그걸 해내야 한다. 정의상 정치는, 협상과 토론 그리고 법과 제도를 통하여 나라와 국민에게 안정과 질서, 평화와 복지를 가져와야 한다. 국민을 어지럽게 하고 실망스럽게 하면, 정치가 아니다. 정치에 나서면서 다짐하였던 첫 생각이 있었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언론. 취재와 보도가 없었으면 어둠 속이었을 국민들에게 전해주는 소식들이 참으로 귀하다. 그런 언론이 진영논리에 휘둘려 누군가의 심부름꾼을 자청한다면, 스스로를 죽이는 꼴이 아닌가. 사실을 토대로 진실을 전하며 국민들이 믿고 찾을 언론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가짜뉴스와 편파보도에 붙들리기보다 양심과 시대정신을 바로 세우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 집단이 있다. 종교. 평화와 화합이 아닌 분열과 다툼을 앞서 외친다면 이는 종교가 아니라 선동이 아닌가. 그만들 좀 하시라.

올해의 사자성어가 공명지조(共命之鳥)라 한다.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공동체인 줄 깨닫지 못하고 서로 싸우고 해친 나머지 모두 죽어 사라지고 마는 운명을 뜻한다는 게 아닌가. ‘이러다 다 모두 죽는다’는 각성이 있어야 한다. 생각이 같은 사람은 없다. 방법이 동일한 집단도 없다. 다른 것을 놓고 싸우는 틈에 본래 꿈꾸던 방향을 잃어버리기 일쑤가 아닌가.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경계하며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이루어야 한다. 다르지만 평화롭게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다투면서도 서로 ‘국민’을 위한다는 게 아니었는가. 길게 보아 어차피 국민을 위한 ‘한 편’이 되어야 한다.

김민기가 부른 오래된 노래 ‘작은연못’이 남과 북이 갈라져 다투었던 기억만 아파하는 줄 알았더니, 오늘 들어도 찔리는 구석이 더러 보인다. 남은 며칠, 묵은해를 돌아보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으면 한다. 정치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언론은 본질을 생각하며, 종교는 해야 할 일을 생각하시라. 실망만 거듭해 온 국민을 좀 돌아보시라. 빼어난 국민이 지쳤을 때 보여주었던 무서운 손길을 기억하는가. 다르지만 하나일 수 밖에 없는 모두의 운명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한 팀이 아닌가. 평화로운 세모(歲暮)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