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소방생활 마무리
이태우 포항북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퇴임 소회
“낡은 소방차량·장비 정비
지방소방청 독립 꼭 필요”

‘35년 정든 소방서를 떠난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태우<사진> 포항북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이 오는 27일 정든 소방생활을 마무리한다.

이 과장은 지난 1984년 8월 1일 소방 공채로 입문을 시작해 지금까지 35년 5개월 동안 화재예방 등 경북도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경북도지사 표창 4회 수상 등을 하며 타의 모범이 됐고 선후배 동료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포항북부소방서 관계자는 “부하직원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을 정도로 어질면서 스스로 늘 모범적인 소방관 삶을 사신 분”이라며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소방관들 모두가 이 과장님의 퇴직을 아쉬워한다”라고 말했다.

기나긴 소방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이태우 과장은 “조직의 구속에서 벗어나 시원섭섭하다”면서도 “최선을 다 해 소방생활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더 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산전수전을 겪은 그에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화재사고는 지난 2013년 발생한 ‘포항 용흥동 산불’이다. 당시 대응팀장을 맡은 그는 산불신고를 받고 가장 먼저 산불현장에 도착해 진화작업을 펼쳤다. 당시 바람이 무척 강해 초기진압이 어렵자 바로 대응 1단계 발령을 상부에 보고하며 추가 피해 확산에 노력했다.

그는 “강한 바람과 산불구경을 온 관광객, 시민들이 차량을 도로에 무질서하게 주차해 소방차량 진입이 쉽지 않았었다”며 “나중에 중학생의 불장난으로 대형산불이 났다는 말에 허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불과 직면하는 소방관의 직업상 그에게도 ‘목숨이 위태로운’ 경험이 있었다. 30대 시절, 지금은 없어진 중앙동 포항호텔의 화재는 그에게 소방관의 사명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2층에서 화재를 진화하던 중 공기호흡기에 산소가 떨어져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돌발상황’이 생기자 순간, 부인과 어린 자식들의 모습이 우선 떠올랐다고 했다.

다행히 화재 전 포항호텔 소방점검을 한 기억을 떠올려 벽을 더듬으면서 겨우 비상문을 찾았고, 몇 번 발로 찬 끝에 어렵사리 탈출에 성공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를 생각하니 아직도 아찔하다”며 “소방관으로서의 삶에 무게를 새삼 되새기는 경험이 됐다”라고 기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방행정이 나아가야 할 길을 당부했다. 이 과장은 “아직도 낡은 각종 소방차량, 소방장비 등이 많다”며 “내년 4월 지방직 소방이 국가직으로 전환된다지만 각 광역시·도 소방본부들은 여전히 독립되지 않고 광역시·도 산하에 있다. 지방소방청으로 독립돼야 예산과 인사를 직접 다룰 수 있는 구조가 돼서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포항북부소방서 이태우 예방안전과장의 퇴임식은 오는 27일 오전 10시 30분에 포항북부소방서에서 열린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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