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경 림

지금쯤 물거리 한 짐 해놓고

냇가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볼 시간

시골에서 내몰리고 서울에서도 떠밀려

벌판에 버려진 사람들에겐 옛날밖에 없다

지금쯤 아이들 신작로에 몰려

갈갬질치며 고추잠자리 잡을 시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로 외쳐대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몸짓으로 발버둥치다

지친 다리 끄는 오르막에서 바라보면

너덜대는 지붕 위에 갈구렁달이 걸렸구나

시들고 찌든 우리들의 얼굴이 걸렸구나

근대화 산업화의 물결이 농어촌에 몰아친 60, 70년대를 생각한다. 농촌 어촌을 떠나 돈 벌러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잡지 못하고 도시빈민으로 표류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달동네에 사는 곤궁한 그들이 바라보는 반달은 시들고 찌든 갈구렁달로 보였을 것이다. 시인은 이런 도시빈민들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