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힘을 낸 그녀는 옷장에서 원고 뭉치를 꺼냅니다. 1년 동안 타자기 앞에서 쓰고 고치기를 반복합니다. 마침내 1929년 원고를 완성합니다.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지만, 무명 신인의 원고를, 그것도 트렁크에 가득한 방대한 분량의 원고를 읽어보겠다고 나서는 출판사는 없습니다.

하나 둘 거절당하던 그녀는 열등감에 사로잡힙니다. 13번째 출판사에서 거절 통보를 받은 후 미첼은 포기합니다. 원고는 다시 옷장 속에 틀어박혀 7년이 흐릅니다.

미첼은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었지요. 1935년 4월, 뉴욕 최대의 출판사인 맥밀란의 편집자 헤럴드 레이텀이 애틀란타를 방문합니다.

조지아 출신 캐롤라인 밀러 여사가 퓰리처상을 수상했기에 맥밀란에서는 남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나선 길이었지요. 조지아 주의 저명한 작가와 언론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레이텀은 미첼에게도 좋은 원고가 있느냐 물었습니다.

미첼은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면서도 딱 잘라 말하죠. “그런 것 없어요!” 그때 옆에 있던 한 친구가 농담을 던집니다. “미첼은 소설을 쓸 만큼 진지하지 않아요!” 미첼은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그리고 결심하지요. 자신의 원고를 반드시 출판하고 말 거라고요.

얼마 후 맥밀란 출판사의 레이슨 사장이 애틀란타를 방문하고 몇 시 기차로 뉴욕에 돌아간다는 짧은 소식이 애틀랜타 신문에 실립니다.

미첼은 옷장 속에 있던 원고 뭉치를 커다란 트렁크에 담아 역으로 향합니다. 맥밀란 사장이 예약한 객실 좌석 아래 트렁크를 넣어 두고 메모를 써 붙입니다. “뉴욕까지 먼 여행길, 이 원고를 꼭 읽어 주세요.”

기차가 출발하는 모습을 본 그녀는 곧장 우체국으로 달려가 전보를 칩니다. 다음 역에 기차가 정차할 때 전보를 차장이 레이슨 사장에게 전달합니다. “사장님. 트렁크에 넣어 둔 제 원고를 읽기 시작하셨나요?”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