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앞으로도 자금출처 전수조사”

최근 비싼 아파트를 사들였지만, 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101명을 포함해 250여명이 집중적으로 세무조사를 받는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중과, 15억원 넘는 아파트 대출 전면 금지, 9억원 이상 아파트 대출 한도 축소 등을 담은 12·16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전격 내놓은 데 이어 고가아파트 구매자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예고하면서 부동산 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국세청은 부모나 친척으로부터 ‘차입금’을 가장해 편법 증여받은 돈으로 고가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등 부동산 관련 탈루혐의자 25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조사 대상에는 우선 지난 10월 11일부터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국세청·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이 펼친 ‘주택거래 합동조사’ 결과탈루 혐의가 드러난 주택 취득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관계기관은 서울 지역 3억원 이상 주택의 실거래 신고 내용과 매수자가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를 확인, 탈세가 의심되는 531건을 지난달 28일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은 이들을 전수 분석한 뒤 소득·재산 상태를 고려할 때 변제 능력이나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101명을 조사 대상자로 지목했다.

예를 들어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이 3개 주택을 취득하면서 부동산업에 종사하는모친 등으로부터 취득 자금을 편법증여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미성년자가 부모 돈으로 고가 아파트를 사고도 부모 외 친인척 4명으로부터 분산 증여받은 것으로허위 신고한 경우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이런 관계기관 통보자료 뿐 아니라 NTIS(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 과세정보, 국토부 자금조달계획서,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활용해 자체적으로도 고가 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자금 출처를 조사해 128명의 탈루 혐의 조사대상자를 골랐다.

서울 등 수도권·대전·부산 등에서 고가 아파트를 산 사람의 소득·재산·금융자료, 카드 사용내역 등을 바탕으로 자금 흐름을 전수 분석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아울러 주택 수백 채를 가진 대규모 임대사업자들 가운데 보유 주택 수, 주택 입지·시세 등에 비해 임대소득을 축소 신고하거나 탈루한 것으로 의심되는 28명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들을 대상으로 부모 등 친인척 간 차입을 가장한 편법 증여 여부를 금융거래내역, 금융정보분석원 정보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부채를 이용해주택을 취득한 경우 전액 상환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세무조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부채 사후 관리’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세청이 자금 출처 중 ‘부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관계기관이 국세청에 탈루 의심 사례로 통보한 531건의 주택 취득금액 5천124억원 가운데 차입금(부채)이 69%(3천553억원)이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 등이 대신 채무 원금·이자를 갚아주거나 자녀에게 무상 대여하고 적정이자(연4.6%)를 받지 않는 경우, 주택 취득자 본인 소득은 부채 상환에 쓰고 부모가 생활비를 대주는 경우 등 모든 편법 증여 행위에 대한 조사도 진행된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이후에도 자금 조달계획서 등을 적극 활용, 고가주택 취득자의 자금 출처를 전수 분석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