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윤 석
그가 깔대기에 플라스틱 가루를 쏟아 붓고 있다
깔때기에 달린 사출기는 그것들을 천천히
녹이고 있다. 기찻길 옆 가건물 공장
기차는 오지 않는다
사출기에 달린 기계의 문이 철컥, 열리고
열두 개의 푸른 칫솔 대들이 보조가지에
달려 있다. 언제나 참을 수 없는 건
끝없이 재생되는 플라스틱 잔해들이다
잔해들은 분쇄기에 달려 들어가
다시 가루가 되고 곧 사출기 속에서
녹아 새로운 금형을 기다린다
샴푸 뚜껑들이 하얗게 쏟아졌다
이 뚜껑들엔 자연, 이라는 구호를 내건
세제회사가 담길 것이다
사출기 옆엔 그가 달려 있다
사출기의 장점은 기계를
거의 쉬게 하지 않는다는 데 있죠
교대가 올 때까지 하루 열 시간 그는
그렇게 서 있다
그는 그렇게 서서 인생을 생각한다
사출기라는 기계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인상적이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의 속성과 함께 그 기계 옆에 달려있는 사람을 말하면서 시인은 우울한 내면을 내보이고 있다. 우리네 한 생도 저 기계와 별반 다를 게 없이 기계처럼 쉼 없이 돌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시인의 인식에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번지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