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간다고 선포한지 오래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미 실무 회담마저 결렬된 후 북한은 더욱 상황이 어렵게 되었다. 북한은 연말까지 북미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다는 엄포성 발언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북미 협상의 목표는 분명하지만 협상의 시한은 없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비건은 서울에서 공개적으로 북미 협상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다.

북한은 연말까지 5차 당 전원회의나 신년사를 통해 그들의 ‘새로운 길’을 밝힐 것이다. 그 길은 과연 어떤 길일까. 북한 당국의 최근 동향을 통해 보면 하나는 북한당국이 미국의 대북 제재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곧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겠다고 선언하는 수준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부터 강행한 후 미국에 핵 군축 협상을 요구하는 방안일 것이다. 북한은 이미 동창리 엔진 시험가동을 마쳤으며 그 연장선에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북미 마찰은 더욱 고도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북한이 이러한 노선을 선택하는 배경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핵협상을 통해 제재해제도 체제의 안전 보장도 얻지 못했다. 북한은 이제 ‘연내 중대 결심’을 통한 ‘새로운 길’을 선포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대북 제재의 굴레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그들의 경제적 외교적 위기를 해결할 길이 없다. 북한의 유일한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들마저 완전 철수 시한을 코앞에 두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핵무장 강화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강경책을 선택할 때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미국은 이미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이라는 군사적 옵션을 발표한바 있다. 미국은 이미 북한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정보 정찰기까지 시험한바 있고 최신형 B-1B의 NNL 침투 훈련도 마쳤다. 동해안에는 항모전단을 파견할 준비까지 마쳤다. 미국은 소위 코피 작전을 통해 동창리와 영변 등 핵시설부터 타격할 준비도 되어 있다. 북한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최고 지휘부에 대한 폭격 도상 훈련도 마친 상태이다. 유엔 안보리는 즉각 소집되어 북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탄도 미사일이나 핵실험을 강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북한은 대내외적인 발언의 강도는 높일지라도 실제적인 행동은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 후견인 중국마저 북미간의 정치적 타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분간 핵능력을 과시하는 선전전을 통해 대미 압박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의 공조를 얻기 위해 6자 회담의 재개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북한의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 연말을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