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저널의 젊은 여기자 미첼은 일요일 판 ‘선데이 매거진’에 인터뷰, 라이프 스케치, 칼럼 등을 썼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하루는 말에서 떨어져 발목이 부러집니다. 오랜 치료를 받느라 결국 기자 생활을 내려놓게 되지요.

남편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미첼에게 읽을 것이 떨어지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그녀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 치웁니다. 어느 날 남편이 책 한 보따리를 내려놓으며 말합니다. “이제 도서관에는 따분한 과학 책 외에 빌릴 책이 없어요. 읽을 책이 더 필요하다면 당신이 직접 책을 쓰는 수밖에 없겠는걸.”

큰 용기를 얻은 미첼은 타자기 앞에 앉습니다. 1926년부터 2년 동안 타자기 앞을 떠나지 않고 소설을 씁니다. 그녀의 타자기는 매일 글을 뿜어내지요. 70개 챕터, 1천100페이지에 가까운 대작을 완성합니다.

소설이 절정을 치닫던 어느 날, 소포가 날아옵니다. 기자 시절 친구 스티븐 베넷이 쓴 ‘존 브라운의 시신’ 초판본이었지요.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의 운율과 어휘, 감동적인 시구에 전율하지요. 2년간 써 오던 자신의 원고가 갑자기 쓰레기처럼 느껴집니다. ‘이따위 알량한 소설을 누가 읽기나 하겠어? 차라리 시작하지 말아야 했어!’

원고 뭉치를 불태워 버릴 생각을 합니다. 남편의 만류로 태우지는 않았지만, 옷장에 처박아 버리고 기나긴 고통과 침묵의 시간을 갖습니다. 활활 타오르던 창작의 불꽃은 이내 싸늘하게 식고 무기력과 좌절감이 그녀를 덮칩니다.

6개월 동안 열등감에 시달리며 한 글자도 써내려가지 못하던 미첼은 어느 날 사교 모임에 나갔다가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사람은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불행에 빠집니다. 행복은 비교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최대한 발휘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비교 따위는 잊어버리세요.”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