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 원로 13명이 정부를 향해 “탈원전 에너지 정책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건의문을 통해 “원자력 산업 생태계 붕괴와 수출 경쟁력 쇠퇴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원로들은 공정률이 30%나 진척된 상태에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의 조속한 재개도 건의했다.

올해는 원자력연구원 설립 60주년으로 의미 있는 해이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 탓에 국내외에서의 우리 원전산업 붕괴는 극심해지고 있다. 우선 전문인력을 배출해온 관련 학과들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하반기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전공선택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은 원자력 교육생태계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한다.

원전수출 기반도 파탄 위기에 봉착했다.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전 4기를 수주하는 쾌거를 거둔 대한민국은 탈원전 선언 이후 급격히 경쟁력을 잃고 있다.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국내 탈원전, 해외 원전 수출확대’라는 ‘투트랙 전략’은 국제적 조소 거리다. 안전을 이유로 스스로는 쓰지 않는 물건을 팔겠다고 나서는 모순을 도대체 무슨 논리로 줄기차게 고집하고 있나.

원자력 연구와 산업 발전에 일생을 바친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원장 등 5명의 원로 과학자들도 “원자력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며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 원장은 “전 세계에서 원전기술이 가장 뛰어난 대한민국의 ‘탈원전’은 21세기 미스터리”라고까지 말했다. 탈원전 이념정책에 매몰돼 스스로 먹거리를 팽개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맹비판이다.

‘탈원전’은 정치꾼들의 선동 논리에 악용돼왔다. 원전의 위험성은 포퓰리즘의 소재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과학의 눈으로 보면 원전은 위험성을 훨씬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기회다. ‘탈원전’은 그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십 년 공을 들인 국력을 휴짓조각으로 만들고, 관련 일자리를 파괴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하루빨리 번복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