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서 산자부 장관 역임
원전 중요성 강조하는 등 긍정적
탈원전 고통 경북에서 기대 상승
신한울 등 재가동 여부 관심집중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현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변화가 기대된다. 과거 정 후보자가 원전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신한울원전 3·4호기 무기한 연기와 천지원전 1·2호기 무산 등 탈원전의 직격탄을 맞은 경북 동해안 주민들은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정 후보자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정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산업자원부는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처럼 국내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다. 정 후보자는 당시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신규 원전건설에 대한 견해를 묻는 의원들의 서면 질의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당시 채택된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원자력발전은 공급 안정성, 친환경성, 경제성 측면에서 그 어느 에너지보다 설득력 있는 대안”이라면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기후변화 협약 발효 등으로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서술했다. 이어 원전 신규건설에 대해 “안전성과 국민 이해도를 제고하면서 적정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규 원전 건설 시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 신한울원전 3·4호기나 천지원전 1·2호기 재추진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실현한 후 여당과 야당의 찬반공방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민투표로 탈원전 여부를 결정하자는 여론이 들끓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탈원전 정책의 최대 피해지역인 경북 동해안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7천억원을 들여 설비를 개선한 월성원전 1호기는 2022년까지 연장운전 가능했지만, 탈원전 기조 때문에 조기 폐쇄돼 440억5천만원의 지역 세수가 줄어들게 되는 등 엄청난 손해가 발생했다.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이 무기한 연기된 울진을 비롯해 천지원전 1·2호기 건설이 무산된 영덕도 각종 사회적 피해가 발생했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울 3·4, 천지 1·2호기 등 신규원전 백지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로 연인원 1천272만명의 일자리가 공중분해 되고 9조4천935억원의 경제 피해가 발생한다고 집계됐다. 가뜩이나 지역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탈원전 정책까지 도내 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면서 지역민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원전지역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탈원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한전·한수원 등 에너지공기업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재무상황이 2017∼2018년 사이 일제히 악화해 8곳 중 6곳 기업이 적자를 기록했다. 또 한전과 6개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사업 자회사 10곳 중 4곳은 자본 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탈원전 후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기술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한수원이 원전 수출을 위해 개발한 신형 가압경수로(APR-1400)로 1992년부터 10년간 약 2천300억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원전 모델이다. 하지만 탈원전 후 한국과학기술계는 “탈원전 한 국가의 기술을 누가 받아들이느냐.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벌써부터 국내 원전 관련 학과의 인원이 크게 줄어들고, 원전 전문가들이 중국 등 해외로 떠나는 실정”이라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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