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목숨 바쳐서 통일/ 통일이여 오라’

우리가 이 노래를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울 당시에는 남북통일이 상당히 절실한 과제였다. 남북의 분단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부모형제와 생이별을 한 천만 이산가족의 생살을 찢은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던 시절이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 겨레가 둘로 갈라져 동족상잔의 전쟁까지 벌였다는 건 천추의 한으로 남을 비극이었다. 노랫말처럼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루어야 할 민족의 숙원이 통일이었다.

분단이 된지 70년이 지나도록 줄곧‘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했지만 아직도 통일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동안 다방면으로 통일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확인된 것은 북쪽의 김일성 왕조가 건재하는한 통일이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으로선 김정은 일당의 체제가 무너지지 않고는 통일에 대한 온갖 논의와 수고가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이다. 통일은 물론 핵무기의 포기조차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것이 김정은의 처지다.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하라는 것은 무장 강도에게 흉기를 내놓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무장 강도가 흉기를 내려놓는 순간 그를 기다리는 것은 쇠고랑과 교수대뿐인데 어찌 쉽사리 항복을 하겠는가. 북한 주민을 다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는 수밖에 다른 대책이 없을 것이다.

북의 김정은은 결코 핵을 포기하거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곧 자멸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김정은이 적화통일을 노리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언감생심이다. 완전히 꼭두각시가 된 2천 5백만 북한 인민들도 감당하기 벅찬데, 민주화투쟁의 역사를 자랑하고 전직 대통령들도 감방으로 보내는 대한민국 5천만 국민까지 통치하겠다는 꿈을 꿀 수가 있겠는가. 그런즉 김정은이 말하는 통일이란 위장술일 뿐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이니 남북공동선언이니 하는 것도 시간과 돈을 벌기 위한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

순진한(?)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김정은과 문 대통령의 판문점 도보다리의 만남도 그렇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속셈을 모른 채 그런 기획을 했다면 완전히 농락을 당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사기극의 공모자인 것이다. 그 때는 몰랐더라도 지금쯤은 눈치를 챘을 것이다. 아직도 사태파악을 못했다면 그것은 무지몽매의 차원이 아니라 정신상태를 의심해야 할 일이다. 무엇에 홀린 듯 이 정권은 임기의 절반이 지나도록 오로지 김정은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는 데만 집착을 해왔다. 그 결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리수를 남발하여 정치, 경제, 외교, 안보를 파탄지경에 빠트렸다.

통일로 가는 길에 무엇이 가장 걸림돌인지는 자명하다. 외부의 힘에 의한 제거가 어렵다면 내부의 봉기를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대화와 협상의 문을 열어 놓더라도, 암암리에 북한의 인민들이 김일성 일족의 주술에서 풀려나 세습독재에 저항하는 세력을 형성할 수 있도록 전력 지원하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최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