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고 한다. 학문의 흐름은 흐르는 물처럼 변화무쌍하다. 특히 정보분야는 그 정도가 속도나 양상에 있어서 타 분야를 앞서고 있다. 포스텍이 내년 3월 개원을 앞둔 인공지능(AI)전문대학원의 첫 입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AI전문대학원 내 석사과정·박사과정·석박사 통합과정 등 3개 과정 전체 합격률이 18.5%였다고 17일 밝혔다. 이 가운데 석박사 통합과정의 경우 합격률은 9%에 불과했다고 한다.

경영정보시스템(MIS)은 필자가 학위공부를 하던 30여년 전에는 의사결정시스템이 크게 유행하여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필자도 그 분야로 학위를 받았다. 당시 인공지능(AI)은 아주 초보적 단계였고 상상의 세계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AI 주요 분야를 알지 않고는 MIS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AI가 크게 부상하고 있다.

포스텍은 AI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역량은 물론 관련 분야 교육 경험이 풍부한 교원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입시에서는 AI 분야에 대한 선풍적인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국내 유수대학은 물론 해외 대학 출신자까지 지원을 해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하고 실제로 해외대학에서 지원한 학생 중 1명밖에 선발을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금년 봄부터 수원에 있는 아주대학교에서 대학원 강의를 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삼성 등 유수기업에서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 강의를 듣고 있는데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주대는 최근 지역사회 청소년을 대상으로 AI 인재양성을 위해 수원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인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와 체험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청소년 인공지능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사용되는 언어가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으로 각광을 받는 파이선(Python)이다. 파이선으로 기계학습 기초·응용 3D프린팅 디자인 체험 등의 교육을 제공한다고 한다.

포스텍 AI 대학원 설립과 아주대의 AI 청소년 아카데미에서 사용될 주요 언어가 파이선이 될 전망이다. 필자가 70년대 대학을 다닐 때는 과학은 포트란(Fortran), 상업용으로는 코볼(Cobol)이 대세였고 그걸 배우느라 동분서주하였다. 그런데 80년대 미국유학을 가서는 파스칼(Pascal)이란 언어를 배워야 했다. 모든 과목이 파스칼로 진행되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느라 고생하던 생각이 난다. MIS의 트렌드가 변하고 프로그래밍 언어가 변하듯 이렇게 학문도 변하고 그걸 따라잡지 못하면 뒤처진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고 한다. 학문도 흐르고 학자도 흘러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 정치만은 흐르는 물을 따르잡지 못하는 것일까? 고집과 대립으로 얼룩지고 고함과 비아냥으로 가득찬 청문회와 정치판도는 여전하다. 아전인수의 정치 판도는 흐르지 않는 물이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게 마련이다. 우리 정치도 흐르는 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