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꼭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마치 배설하듯, 내면에서 들리는 그 어떤 소리라도 마구 종이에 토해 내는 거죠. 재밌습니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후에는 가급적이면 그 페이지를 밀봉합니다. 두 번 다시 보지 않는 거죠.

몽롱 쓰기는 암묵지, 즉 내 무의식 안에 스며 있는 경험과 정보, 느낌의 보물 창고를 활짝 열어줍니다.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외부에서 보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감추어 있는 보물이 얼마나 많은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약한 이성의 검열관에 가로막혀 발현되지 않던 내 안의 빛나는 보석과 맑은 샘물이 조금씩 밖으로 꺼내지는 경험을 선사하죠.

이렇게 쓴 글은 8주 동안 읽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두 달 묵힌 후에 봉인을 해제할 수 있지요. 깜짝 놀랄 만한 내용들이 그 안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맑은 샘물은 퍼내면 퍼낼수록 더 맑은 물이 퐁퐁 솟아나게 마련이지요. 누구나 자신만의 암묵지 안에는 어마어마하게 맑고 시원한 수맥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길어 올릴 생각을 못하거나, 방법을 모를 뿐이지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15분. 몽롱한 상태로 노트 한 페이지 정도를 채우는 분량의 무의식 쓰기 방법은 우리 안에 딱딱하게 잠자고 있는 창조성을 깨워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수많은 점으로 가득한 우리의 내면. 그 안에 보석이 가득합니다. 독서를 통해 우리 내면을 비옥하게 만드는 행위만으로는 창조적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쌓인 점들을 하나씩 둘씩 이어 나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내 안의 소중한 콘텐츠를 꺼내 타인과 나눌 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막 그대 안에서 꿈틀거리며 솟구치는 배움에의 욕구가 있으신가요?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일상의 쳇바퀴에 가로막혀 내 안의 창조성이 억눌려 있지는 않은지 멈추어 생각할 때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