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에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을 후보자로 전격 지명했다.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문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직접 발표하면서 정 의원이 ‘경제통’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새 총리가 비틀어지고 망가진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전환을 추구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청와대의 철옹성 만기친람(萬機親覽) 고질을 넘어서기는 어려우리라는 예측 때문이다.

정세균 후보자는 우선 야당 반대라는 거친 파도부터 넘어야 한다. 정 후보자의 지명은 파격 그 자체다. 민주당 당 대표를 역임한 데다가,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 출신이 의전서열 5위인 총리로 가는 것부터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야당의 비판도 이 대목에 집중돼 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라면서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규정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로 삼권분립에 침을 뱉는 후보 지명이 개탄스럽다”면서 “입법부를 행정부의 부속기관으로 전락시킬 셈이냐”고 따졌다.

차기 대권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여권의 선호도는 대단히 높다. 그러나 그가 총리로 있는 동안 문재인 정권의 정책들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의 처세는 무난했다는 세평은 들을지언정 ‘유능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결정적인 대목 곳곳에서 청와대의 눈치를 살펴 목소리를 바꾸는 모습까지 역력했다.

문재인 정권 청와대의 시시콜콜한 간섭과 장악이 워낙 심해 장관들이 자기 부처 과장 인사 하나조차 마음대로 못한다는 얘기는 이미 상식이다. 이런 풍토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이 말하는 ‘경제통 정세균 발탁’은 홍보용 포장은 될망정 실질적인 변화를 견인하는 변수는 아니다. 그가 허울뿐인 ‘책임 총리’ 운운의 입에 발린 형용사에 취해 ‘국무총리’ 경력이나 하나 더 보탤 요량으로 움직인다면 큰 실망만 남길 것이다. 이래저래, 한 번도 못 본 희한한 일들 참 많이 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