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선 희
내 속에 둥지 틀고 싶어하는
저 날짐승들
나는 왜 나뭇가지 하나
바위 틈새 한 곳
비워주지 못하나
나는 왜 잡풀에게 파 먹히는
길에게 몸 한 번 내어주지 못하나
나는 왜,
내가 없는 곳에 번성한
생물들의 생기
길도 집도 아무 이름도 되지 못한
나를 때린다
미치면, 나
그 무엇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내 속의 둥지’는 무엇일까. 시인이 상상하는 여성성의 공간이 아닐까. 시의 제목 역시 여성적 경험에서 비롯된 이 시는 여성이 살아온 세월, 그 파란만장했던 시간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혹과 시련 많은 한 시절에 대한 회한이 절절한 목소리로 기록되어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