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12·12 군사쿠데타 40주년이던 지난 12일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스웨덴 국적의 약년(弱年) 16세 소녀 툰베리는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녀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여성, 영국 ‘비비시’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100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툰베리는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매주 금요일 학교를 가지 않고 스웨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다. 그리하여 세계 150개국 청소년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툰베리는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석유 1조 6천억 리터를 단 하루 만에 사용합니다. 어떤 정치체도 이것을 바꾸려하지 않아요. 석유를 지하에 묶어두려는 법규는 없어요. 따라서 법을 따르면 세상을 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법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시작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2016년 11월 4일 발효된 ‘파리협약’을 2019년 11월 4일 탈퇴한다고 선언한다. ‘파리협약’은 세계가 기후위기에 한마음으로 대응하기로 한 약정이지만, 탈퇴는 발효시점에서 3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더욱이 탈퇴가 완료되는 데에는 다시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가 실효를 거두는 시간대는 2020년 11월 4일, 미국 대통령선거 다음날이다. 과연 다음 미국 대통령은 누가 될 것인지 궁금한 대목이다. 그러하되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툰베리를 선정한 당일 73세의 노인 트럼프는 툰베리에게 고약한 트위터를 날린다. “아주 웃긴다. 그레타는 자신의 분노조절에 애써야 한다. 그러고 나서 친구랑 좋은 옛날 영화를 보러 가라. 진정해라 그레타, 진정해!”

열여섯 살배기 툰베리의 응수가 재미있다. 그녀는 트위터의 자기소개 공간에 ‘자신의 분노조절 문제에 애쓰는 10대 청소년. 현재 진정하고 친구와 좋은 옛날 영화를 보고 있음’이라고 쓴다. 누가 더 성숙한 인격을 갖추고 있는 교양인이자 어른인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이것은 보수우익 트럼프에 국한하지 않는다.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툰베리를 ‘버릇없는 꼬맹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툰베리는 보우소나루의 방조 아래 아마존 삼림을 불법으로 벌채하는 브라질 당국에 맞서 싸우다가 원주민들이 계속 살해당하는 현실에 침묵하는 세계가 부끄럽다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64세의 환경파괴자 극우파 브라질 대통령에게 맞서 툰베리는 트위터에 자신을 ‘버릇없는 꼬맹이’라고 응수하면서 맞장 뜬 것이다. ‘브라질의 트럼프’ 혹은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면서 친기업-반환경정책을 밀어붙이는 보우소나루에게도 툰베리는 눈엣가시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녀가 물러설 기색은 없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로 세계 전역에서 이들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응시하고 있다. 노년의 남성 정치가들과 소녀티를 벗지 못한 툰베리의 대결이 21세기 지구촌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