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내년 아카데미상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됐다.

17일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영화, 장편 다큐멘터리, 단편 다큐멘터리, 분장, 음악, 주제가, 단편 애니메이션, 라이브액션 단편 등 9개 부문 예비 후보를 발표했다.

‘기생충’은 국제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 후보에 올랐다.

국제영화상 예비후보작은 △더 페인티드 버드(체코) △진실과 정의(에스토니아) △레 미제라블(프랑스) △살아남은 사람들(헝가리) △허니랜드(북마케도니아) △코퍼스 크리스티(폴란드) △빈폴 (러시아) △아틀란틱스(세네갈) △기생충(한국) △페인 앤 글로리(스페인) 등 10편이다.

AMPAS는 총 91편을 심사해 예비후보를 정했다. 국제영화상은 옛 외국어영화상으로, 내년부터 명칭이 바뀐다.

AMPAS 규정에 따르면 국제영화상 후보는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제작된 40분 이상의 장편 영화여야 한다. 대사 대부분이 영어가 아니어야 한다.

AMPAS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비 후보작 선정에는 모든 부문의 아카데미 회원들이 참여했다”며 “최종 후보작 선정 때는 모든 아카데미 회원이 작품 10개를 다 보고투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생충’은 주제가상(Original Score) 예비 후보에도 올랐다.

봉 감독이 작사를 맡고, 극 중 기택네 장남 기우를 연기한 배우 최우식이 직접 부른 엔딩 곡 ‘소주 한 잔’이 이 부문 예비 후보로 지명됐다.

이 곡은 기우와 같은 요즘 젊은이들의 고달픈 초상을 대변하는 노래로, 정재일 음악 감독이 작곡한 멜로디에 봉 감독이 가사를 입혔다. 봉 감독은 이 노래에 대해 “영화가 끝나도 기우가 계속 살아가는 느낌이 들게 가사를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최우식은 이날 예비후보에 ‘소주 한 잔’이 오르자 자신의 SNS에 예비후보작 리스트 사진을 올리고 “기생충에서 제가 부른 소주 한잔이…여기에. 치어스!(CHEERS)”라고 소감을 전했다.

주제가상 부문에는 ‘소주 한 잔’ 외에도 △스피치리스(알라딘) △인투 디 언노운(겨울왕국 2) △스피릿(라이온 킹) 등 총 15편이 예비 후보에 올랐다.

주제가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공연하게 된다. ‘소주 한 잔’이 최종 후보로 지명될 경우 최우식이 시상식 무대에 서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중 최종 후보작은 내년 1월 13일 발표된다.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작도 1월에 함께 공개된다. 시상식은 2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 예비 후보에 오른 것은 지난해 ‘버닝’에 이어 두 번째다. ‘버닝’은 본선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여러 외신은 ‘기생충’이 최종 후보 발표에서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관측한다.

지금까지 총 2천35만 달러(약 238억원)를 벌어 올해 북미 개봉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올렸고 시카고·로스앤젤레스·애틀랜타 등 미국 대도시 영화비평가협회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거의 빠짐없이 수상했다. 이미 지난 10일에는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3개 후보에 지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