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한 강수량은 측정되지 않아
제설제 예비 살포 시기 놓치고
언 도로에 염화칼슘 뿌리면
더 미끄러워 사고위험 높아져
전문가들, 대처 한계 등 지적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아이스’ 연쇄 추돌에서 관련 대처 매뉴얼이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매뉴얼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랙아이스(black ice)의 경우 측정되지 않을 정도의 적은 강수에도 발생하는 만큼, 현 강수량에 의존해 대처하는 매뉴얼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7일 (주)상주영천고속도로는 회사 자체 매뉴얼 상 눈·비 예보가 있는 상태에서 노면 온도가 3℃ 이하일 때 제설제를 예비 살포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사고지점과 가장 가까운 관측장비인 소보 자동기상관측장비(AWS)는 이날 오전 3시 42분부터 4시 31분까지 강수가 지속해서 감지됐지만 그 양이 미미해 강수량은 아예 측정되지 않았다.

특히, 이미 도로가 얼어붙은 상태에서 살포하는 염화칼슘은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유수재 한국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본부 교수는 “비 예보가 있어 미리 서너 시간 전에 염화칼슘을 뿌리면 적은 비에라도 결빙으로 이어지지 않을 텐데, 얼고 난 뒤에 염화칼슘을 뿌리면 길이 더 미끄러진다”며 “얼음 위에 소금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교각 위 같은 결빙 위험 구간을 염화칼슘으로 계속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고 열선을 설치하는 것도 시간이나 비용 문제가 있다”며 “우선 도로 진행 방향으로 ‘그루빙’ 즉 홈을 내는 조치만 해도 제동거리를 줄이고 배수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아이스 사고와 관련해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에 대해 “안타까운 사고”라며 “블랙아이스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도로 구간부터 우선적으로 안전 대책을 강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연쇄 추돌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수사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나섰다.

경찰 군위경찰서는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15일 경북지방경찰청과 구미경찰서, 상주경찰서 등 인근 경찰서 조사관까지 모두 23명을 투입해 사고지점 주변 고속도로 관리용 CCTV 영상과 사고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하는 등 본격적인 사고 조사에 들어갔으며, 17일부터는 교통사고 조사관 외에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 등 20여명의 수사 인력을 더 투입해 도로 회사의 도로 관리 부분에 관해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제설 등 도로 관리와 안전 관련 규정을 위반한 부분이 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의성/김현묵기자 muk4569@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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