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의 목을 베는 사람을 예부터 망나니라 불렀다. 닥치는대로 한다는 뜻의 접두사 ‘막’에다 ‘낳은 이’를 합해 부른 이름이다. 나라마다 그들은 대개 천인이나 중죄인 가운데 뽑아 강제로 일을 시켰다. 요즘은 언행이 좋지 않거나 버르장머리가 없는 이를 망나니라 부르지만 그 어원을 따져보면 사형수의 목을 벤 사람이다.

사람의 목을 베어 형을 집행하는 참수형(斬首刑)은 동서양 어느 문화권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사형제도다. 조선조에도 1896년까지 이 제도에 의해 죄인을 다스렸다. 한국인 최초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참수형으로 처형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오형(五刑) 중 하나로 참형 또는 참시라고 불렀다. 근대에 와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제도가 사라졌으나 아랍권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 잔존한다. 그러나 실제 집행되는 나라는 사우디가 유일하다. 사우디에서는 아직 참형을 집행하는 망나니를 공개 모집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참수는 동물의 도살을 모방한 것으로 아랍권에서는 치욕스런 죽음으로 인식한다. 극렬 테러리스트가 인질을 참수하는 장면을 공개하는 것도 적군은 사람 취급을 않겠다는 나쁜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참수형 자체가 비인간적이며 혐오성이 강해 사회적 거부감은 크다. 조선조에서도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아니면 참수형 보다는 사약으로 형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 친북 반미단체가 주한 미 대사에 대한 참수 퍼포먼스를 벌여 논란을 빚었다. 한미동맹 관계에 갈등을 일으킬 외교적 문제와는 별개로 참수 퍼포먼스 행위 자체가 자극적이고 충격적이어서 높은 비난을 쌌다. 우리 사회의 무질서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우려되는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