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12월은 여느 달보다 모임이 많기 마련이다. 공적인 성격을 띤 단체는 의례히 한 해의 결산을 해야 할 것이며 사적인 모임이라하더라도 이런저런 의미를 붙인 마무리가 거의 12월에 집중된다. 특히 송년회는 빠지기도 찜찜하여 일일이 참석하다보면 피로감이 쌓여 일상이 불편할 지경이다. 쌓여가는 송년의 피로 중에도 더러는 휴식 같은 모임도 있다.

며칠전 40년 지기가 되어버린 후배가 카톡으로 초대장을 보내왔다. “○○아트팜 송년파티에 초대합니다.” 과수원 냉장창고를 리모델링한 작업실을 ‘아트팜’이라 이름붙이고 가끔씩 지인들을 불러서 예술행사를 벌이는데, 송년회에 초대되기는 처음이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클래식기타 연주에 심취해 있었는데, 귀에 익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비롯하여 이문세의 ‘행복한 사람’으로 연주를 마친 팀은 놀랍게도 포스코 사원이라 소개되었다. 푸짐하게 준비된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며 대화하다 다시 음악감상 시간을 가졌는데, 해설을 곁들인 희귀음반 감상이었다. 일본의 시라토리 에미코를 시작으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주디 씰의 앨범이 소개되었고, 천상의 목소리라 불리는 브라질의 재즈싱어 마르시아 로페즈 등 격이 다른 음악이었다. 음악은 국적과 언어를 넘어 감동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케 하였다.

옆 자리에 앉은 이가 스스럼없이 얘기를 건넸다. 분명히 일본, 미국, 브라질 등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의 음악을 들으며 이렇게 소통이 되는데, 얼마 전 라오스 여행에서 한국사람을 만났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웃었다. 충청도 출신인 한국인이 베트남에서만 난다는 향료인 ‘침향’을 팔고 있었는데, 경상도 사람인 이 양반이 “그거 빠사 무도 돼요?”라고 물으니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듣지를 못하더라는 얘기였다. 물론 심한 사투리 탓이긴 하나 한국인간에도 한국말로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다.

소통이 화두인 시대이다. 온갖 방식으로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세상에 여전히 불통인 경우도 허다하다. 소통의 부재는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도시의 미래는 청년문화가 좌우한다. 문화는 그 특성상 뿌리 내리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반드시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포항시도 청소년문화센터의 건립 등을 통하여 청년문화의 계발과 청년창업에 집중하고 있다. 포항예총에서 청소년들의 꿈과 재능을 키우기 위하여 ‘틴틴페스티벌’이라는 청소년공연예술축제를 위한 예산을 신청했는데, 시의회 심의에서 예총회원들의 연령이 높으니 청소년문화를 이끌 수 있겠는가를 걱정하며 예산을 배정해도 이벤트사에 위탁하지 않을까를 우려한다고 들었다. 당연한 염려이다. 그러나 이 일은 누가해도 해야 한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된다. 예총회원들의 연령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일천명 회원 중에는 젊은 회원들도 많다. 그리고 청년문화를 꽃피우는 주체는 청소년들이지만 문화제공자는 기성세대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얼마나 정성을 다하여 올바르게 운영하느냐 일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무조건 믿고 보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남이가’ 하는 패거리 문화도 아닌 공감과 경청에 기반한 쌍방의 소통일 것이다. 문화예술인들도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와 긴밀하게 소통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