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능성 열어 두고 수사해야"
"형사 콜롬보 같은 조사관 한 명이 아쉽다"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 아이스' 다중 추돌사고 현장.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 아이스' 다중 추돌사고 현장.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블랙 아이스’ 대형교통사고가 나기 직전 승용차 한 대가 사고로 고속도로 2차로 중 1차로에 10여분간 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간 중 차량 35대가 2차로와 갓길로 통과했고, 사고 차량도 출발해버려 경찰이 첫번째 차량의 사고원인과 장시간 정차 이유를 조사 중이다. 대형인명사고를 일으킨 차량 연쇄추돌은 그 직후에 발생했다.

17일 고속도로를 관리 운영하는 상주영천고속도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4시가 좀 지난 시각에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방향 달산1교(상주기점 26.4㎞)에서 승용차 한 대가 사고로 1차로에 섰다.

사고 차량은 그 후 차량 35대가 이 구간을 통과할 때까지 10여분간 같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추월로인 1차로에 정차하는 것은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엄청 높다.

그후 오전 4시41분쯤 트럭 한 대가 전도됐고 차량 28대가 미끄러지면서 추돌, 6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했다. 7분 후에는 4.6㎞ 떨어진 곳에서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상주영천고속도로 관계자는 “인명사고를 불러온 교통사고는 2차사고였다”며 “현장을 그냥 떠나버려 1차사고 차량 운전자가 왜 도로 1차로에 섰는지, 차량을 갓길로 대피시키지도 않고 10여분간 정차해 있었는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상주영천고속도로 측은 사고 직전 제빙ㆍ제설차량을 현장에 출동시켰으나 도착했을 때는 사고발생 후였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영상 3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고 0.5㎜ 이상 비가 내리면 뜨는 기상청 예보는 없었다.

자체 예찰활동 중 이슬이 맺히는 것을 본 순찰차량 담당자가 상황실에 “2도인데 도로가 얼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 15톤트럭 2대에 염화칼슘 살포 지시를 내린 것이 이날 오전 4시2분쯤이었다.

이들 차량들은 군위JC와 도계IC에서 각각 상ㆍ하행선으로 출발했으나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고가 발생한 후라고 밝혔다.

상주영천고속도로 관계자는 “사고 당일 예보가 없어 직원들이 퇴근 후 집에서 대기하다 출동 지시를 받고 나오는데 약간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상청 예보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름대로 사고예방을 위해 움직였지만 대형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35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고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전에는 이런 사고를 본 적이 없다. 양 방향에서 일어났다. 대형차량들도 많았다. 왜 염화칼슘을 뿌려야 한다고 했는지, 누가 고의로 도로에 물을 뿌리지 않았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해야 한다"며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했다. 형사 콜롬보 같은 조사관이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이렇게 많은 사건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사고구간은 1년 전인 지난해 12월에도 대낮에 차량추돌사고가 발생한 곳으로 확인됐다. 3도 정도 내리막에 곡선구간인 이곳에 눈이 내려 제설작업을 했으나 도로가 여전히 미끄러워 사고가 발생했다.

상주영천고속도로는 사고 구간에 과속카메라와 결빙주의 간판, 염화칼슘 자동분사시설 및 과속방지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상주영천고속도로 주식회사와 운영사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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