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바야흐로 대학 정시모집기간이다. 수험생들은 어느 대학, 무슨 과를 지원할지 실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오늘날의 대졸 취업준비생들은 단군 이래로 최대의 스펙을 갖추고 있다지만 막상 취업은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취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학과와 전공의 선택이다. 옛날에는 다니는 대학을 그만 두지 않은 이상 입학 시에 선택한 전공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대학에서 전공을 바꾸는 제도인 전과 제도, 그리고 한 개 이상의 전공을 더 이수할 수 있는 복수전공 제도가 있다. 옛날부터 있어온 부전공 제도도 여전히 존재한다. 다른 대학교로 편입하는 기회도 과거와는 달리 많이 제공되고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도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이던 학과의 명칭과 전공의 개념도 많이 변화하였다. 일반적으로 과거 대학의 조직은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농학, 사범대학, 법학, 의학으로 구분되었고, 각 단과대학의 개별 전공들이 독자적으로 하나의 전공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가령, 기계과는 기계과, 자동차과는 자동차과와 같이 각자 독자적으로 운영되었고, 영어영문과, 중어중문과와 같이 어문계열의 경우, 문학과 어학을 위주로 학과의 명칭이 구성되어 운영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융복합의 시대에서 외국어와 관광, 항공 서비스와 무역을 결합한 새로운 이름의 학과가 생겨나고, 전기자동차, 드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과 같은 키워드를 학과 명칭에 포함한 학과와 전공이 속속 출현한다. 아울러 학교별 특성화에 따라 특색 있고 전문성을 지닌 다양한 전공을 제시하면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학과와 전공에 관한한 학생도 생물(生物)이고 대학교도 생물(生物)이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해야만 한다. 필자가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하나의 전공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것이다. 전통적인 학과의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융복합을 지향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나의 전공에 자신의 적성과 희망, 그리고 특기를 살리기 위해 전과를 하거나 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 자기설계전공 등을 결합해서 융복합적인 전공 지식을 형성하면서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가 추천하는 전공은 소프트웨어공학이다.

또한 막상 공부하고 싶은 전공이 없거나, 딱히 들어맞는 적성이 없다면, 소프트웨어공학, 또는 관련 전공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소프트웨어공학은 문과생들도 접근하기에 비교적 무난한 전공이다. 문과생이든 이과생이든 각자 자신의 전공에서 소프트웨어공학을 접목한다면, 단순한 산술적 합이 둘이 아닌 더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너도 나도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면 그 분야에는 인력이 넘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전공과 전산의 융복합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Atom’의 아날로그 세계와는 달리 ‘Bit’의 디지털 세계에서는 공유해도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능하다. 디지털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