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예산안 심사 대폭 삭감 반발
“경제 활성화·화합의 장 저해”
구의회 “세부 계획·방안 등 없어”

대구 동구(구청장 배기철)와 동구의회가 예산삭감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대구의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가 예산삭감을 두고 맞부딪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구청은 15일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축제·행사 사업비 대폭 삭감으로 인해 구민 소통과 화합의 장 저해는 물론 문화·관광도시로의 도약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동구 주민들이 즐기고 원하는 축제를 개최할 수가 없게 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동구는 그러면서 “이번 삭감으로 동구 대표 축제 등 동구만의 특색 있는 축제를 기획한 동구의 문화예술역량을 전국에 알릴 수 없게 됐다”며 “지역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하고자 야심 차게 준비한 ‘봉무공원 곤충 페스티벌’은 사업비 부족으로 행사기획에 차질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 동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지난달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2020년 예산안을 심사했다. 그 결과, 문화관광과와 공원녹지과 등이 제출한 10개 사업의 예산을 과다편성 등의 이유로 삭감했다.

전액 삭감한 사업은 △동구 대표축제 개최 19억4천500만원 △도심형 친수공간(물놀이) 조성사업 10억원 △팔공산 단풍축제 3천만원 △동화천 한마당축제 500만원 △용암산성 옥샘문화재 500만원 등이다. 또 △봉무나비 생태원 운영 1억원 △봉무나비 생태원 시설물관리 3천만원 등 공원녹지과 2개 사업의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이외에도 △동구문화재단 사업 지원사업 2억6천776만원 △영어체험학습 지원 1억9천565만원 △팔공산 벚꽃축제 1천만원 등은 부분 삭감됐다. 삭감한 금액은 예비비로 전환했다.

동구의회는 예결위에서 심사한 내년 예산안을 지난해 대비 576억원(9.6%)이 증가한 6천557억원(일반회계 6천435억원, 특별회계 122억원) 규모로 최종 확정했다.

신효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특정 지역 상인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인해 지역주민 대부분이 불만을 토로했다. 아울러 사업계획에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도 없었기 때문에 예산을 삭감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반복적, 관례적 축제나 문화행사 말고 제대로 된 축제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세부 계획, 비전, 데이터 등을 제시하면 추가 경정 예산을 통해서라도 당연히 편성에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동구의회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8명, 민주당 7명, 미래당 1명이 각각 선출됐다. 하지만 지난 8월 20일 한국당 구의원 2명이 대법원에서 선거법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고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의석분포가 바뀌어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반면, 현 배기철 구청장은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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