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이후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오는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기간 문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일 갈등을 통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잃고 있다. 가뜩이나 깊어진 불황 속에 우리 경제에 드리운 암운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사회에 던져진 부정적 이미지는 심각하다. ‘정략’의 족쇄를 풀고 진정한 ‘상생’을 창출해야 할 때다.

아베 총리는 13일 도쿄에서 열린 내외정세조사회 강연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청두에서 일·중·한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이 기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와도 회담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일·한 수뇌회담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말까지는 양국 간 외교에도 전력투구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베 총리의 발언을 놓고 비평가들은 즉각적으로 그의 선택이 정부 예산이 들어간 벚꽃놀이 국가 행사에 지지자들을 초청, 세금으로 표를 샀다는 거센 비판을 받는 국면과 연결해 해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40.6%로 지난달보다 무려 7.9%포인트나 하락했다.

한일 양국의 위정자들이 외교적 이슈마저도 국내정치와 연동해 ‘정략적’으로 써먹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리민복(國利民福)만을 최고의 가치로 움직여야 할 정치가 권력유지 유불리라는 더러운 욕망에 국가 간 선린(善隣)마저 제물로 써먹는 일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문제다. 양국의 갈등에 치밀하게 대비하기는커녕 ‘죽창가’ 따위의 선동질에 여념이 없던 청와대의 망발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베도 마찬가지이지만,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한일외교 패착을 말끔히 만회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야당의 파상적인 선거·감찰·금융 등 ‘3대 농단’ 공격에 대응할 꼼수로 ‘일본 때리기’ 따위의 책략을 고려하지 말기를 부탁한다. 제발 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도외시한 권력 놀음에 국정을 갖다 맞추는 어리석은 일은 더 이상 모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반일(反日)로는 결코 극일(克日)이 안 되는 현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