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당 방수작업 중 화재… ‘연기 피난 매뉴얼’ 따라 무사히 대피
학생 30여 명·교사 등 교직원 6명은 연기 흡입으로 병원 치료

12일 안동시 정하동의 강남초등학교 강당에서 불이 나 경찰과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독자제공

“초등학교에서 불이 났어요. 불… 빨리 와 주세요”

12일 오전 9시 28분께 119 경북도 소방본부 상황실로 한 통의 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장소는 유치원생들부터 초등학생까지 수백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는 안동의 한 초등학교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강한 화마(火魔)와 유독가스로 인해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당 밖에서 시작된 불은 빠르게 건물 지붕까지 번졌고, 이미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있었다. 다행히 큰불을 잡아 인근 건물과 아파트로의 확산을 막았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 장비 29대와 인력 110여 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불은 강당 건물을 태우고 1시간 20여 분 만에 꺼졌다. 이날 화재로 금모(4학년)양을 비롯해 학생 30여 명과 정모(26)교사 등 교직원 6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들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나자 교사들의 인솔로 아이들 수백여 명이 학교 밖으로 나와 도로와 인근 아파트 단지 등에 흩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화재 소식을 듣고 학교를 찾은 일부 학부모는 아이를 찾지 못해 불이 난 학교로 들어가려다 경찰과 소방관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화재 현장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하나같이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학교 바로 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김모(49)씨는 “매캐한 연기가 나고 폭발음까지 들어서 급하게 집에서 대피했다”면서 “학생들이 모두 무사히 대피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 역시나 안전 부주의로 인한 인재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학교 강당 지붕 방수작업 중이던 인부 A씨(73) 등 3명이 지붕 배수로 부분의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 토치를 사용하다 불씨가 건물 외벽 단열재로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났다. 이날 인부들이 작업을 하던 중에도 강당 안에선 수십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다행히 불이 확산되기 전 빠져나와 큰 화를 면했다.

앞서 이 강당은 지난여름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고, 이후 누수 현상이 발생하자 건물 방수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다행히 인근 건물과 아파트까지 확대되지 않았다. 불이 확대됐다면 이 일대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될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바람이 조금만 더 세게 불었거나, 소방대 출동 및 대응이 늦어졌다면 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었다.

주민 이모(53)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강하게 불던 바람이 오늘은 천만다행으로 많이 불지 않았다”며 “만약 어제 같은 바람이었다면 인근 아파트와 건물로 번져 큰불로 이어질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이날 불이 나자 교직원들은 화재 연기 피난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아이들을 대피시켰다. 이는 앞서 지난 10월 24일 실시한 ‘공공기관 화재예방 종합훈련’덕분이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한 한 여학생(4학년)은 교실에 홀로 남아 구조를 기다렸고, 다행히 119 고가사다리차에 의해 구조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다행히 바람도 약했을 뿐만 아니라 지붕 구조도 샌드위치 패널 구조가 아니었다”면서 “패널 구조였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고, 더욱더 다행인 것은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학교는 다음날 휴교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휴교를 하는 것은 맞지만 갑자기 직장에 휴가를 내야 하나, 어디에 맡겨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근 초등학교와 학교교육지원센터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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