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깃발법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절인 1865년 제정돼, 1896년까지 약 30년간 시행된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동시에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표적 사례다. 정식 명칭은 ‘The Locomotives on Highways Act(약칭 Locomotive Act)’이다. 당시 증기자동차가 출시되면서 마차(馬車)업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제정된 법안으로, 기존의 마차 사업을 보호하고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시행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한 대의 자동차에는 반드시 운전사, 기관원, 기수 등 3명이 있어야 하며,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6.4km/h, 시가지에서는 3.2km/h로 제한했다. 기수는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의 55m 앞에서 차를 선도하도록 했다.

즉, 자동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붉은 깃발을 앞세워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게 한 것이다. 이 법은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욕구를 감소시키는 주원인이 됐다. 특히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영국은 자동차를 가장 먼저 만들고도, 이 법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미국·프랑스 등에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차량공유서비스인 타다서비스를 금지하는 타다금지법이 붉은 깃발법에 비유되며 찬반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최근 ‘타다금지법’이 국회 교통위를 통과하자 “150년 전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다를 것 없다”고 비판했다. 타다금지법은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빌려줄 수 있는 조건’을 한 번에 6시간 이상 대여하거나, 고객이 승합차를 타고 내리는 장소가 공항·항만이어야만 가능하도록 규정해 타다 서비스는 조만간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