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아무리 뒤져도 농약을 치지 않고 성공했다는 정보는 찾을 길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정보만 찾아냅니다. “무농약 사과 재배에 도전하면 1년 만에 95%의 사과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당장 죽지는 않지만,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2년차에는 수확량이 정확히 제로로 떨어집니다.”

그만큼 사과 농사는 농약에 길들여져 있었던 거지요.

청년이 서가에서 책을 뒤지던 중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손이 닿지 않는 맨 위 칸에 있던 책 한 권이 툭, 하고 머리에 떨어집니다. ‘자연농법’이란 책이었지요. 사과 농사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는 일반적인 방법에 대한 책이지요. 청년의 얼굴에 환하게 미소가 피어납니다. 어쩌면 이 방법을 사과 농사에 적용해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싹트지요.

장인어른과 식구들을 설득합니다. 가족들은 이 청년의 집념을 잘 압니다.

한 번은 영국의 제조사에 직접 주문해 트랙터를 수입한 적이 있는데, 고장이 나자 트랙터 전체를 다 해체하고 뜯어 구조를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청년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가족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승낙이 얼마나 큰 재앙을 몰고 올지, 그 당시는 결코 알 수 없었겠지요. 이 청년의 이름은 기무라 아키노리입니다.

이듬해부터 농약을 중단합니다. 한 그루 한 그루에 붙은 벌레들을 떼기 시작합니다. 농약을 멈추자 벌레들은 신났습니다. 달고 향기로운 사과 이파리에 들러붙어 마음껏 식사할 수 있으니, 이 과수원은 벌레들의 천국입니다.

“벌레들이 어린 새 잎이 붙은 가지 끝까지 바글바글 몰려들어서는 만원 지하철처럼 야단법석을 떨었어요. 벌레 때문에 사과 가지가 휠 정도였으니까요!” 당시를 회상하던 기무라씨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계속)

/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