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근

아플수록 몸은 눈이 밝아진다

열에 들린 몸이

제 속을 날아가는 흰나비를 본다

꼼지락거리는 나무의 발가락을 본다

넋이야, 넋이야 출렁이는 피

(…)

어디서 사과 익는 냄새

신 살구 냄새

물소리

물소리

달구나 거렁뱅이 바람에도

진한 살 냄새

아아 뜨거운 몸이

한 발만 내디디면

그대로 춤이 될 것 같은데

허공에 피어

갖은 빛낄러

흐드러질 것만 같은데

그리 길지 않은 생을 노동운동과 노동문학에 바치며 뜨겁게 살다간 시인의 삶을 향한 깊은 통찰의 목소리를 듣는다. 삶과 죽음,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무너질 듯 무너질듯하면서 다시 일어서는 시인 의식을 본다. 그를 사로잡는 고통과 허망함과 절망감을 춤으로 승화시키고, 극복해 나가는 시인의 뜨거운 몸짓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