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친황계 전면배치
원내대표 경선, 중진들 황 대표 독주에 견제심리 작용 분석

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 체육관에서 열린 독도 해역 헬기 추락사고 순직 소방항공대원들의 합동영결식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5선의 심재철 의원이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황교안 대표의 당 장악력에도 변화가 생길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대표는 단식투쟁 이후 나경원 전 원내대표이 재신임 건을 최고위원회 의결로 불발시켰고,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에 친황계 인사들을 전면배치하면서 친황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 친황 체제 구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친박계를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 가던 황 대표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원내 일에 관여하는 등 당 장악에 속도를 내자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황 대표에 대한 반발 심리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한국당 소속 절반 가량이 비황 후보인 심 원내대표에 표를 던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황 대표의 독주에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진 용퇴론과 내년 총선 50% 이상 물갈이론 등 당 쇄신안을 꺼내자 이에 위기 느낀 3선 이상 의원들이 심 의원에 표를 던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계파색이 옅고 국회 부의장을 맡은 바 있는 심 원내대표가 황 대표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인선에 대해 “황 대표가 직접 원내 일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라며 “황 대표의 마음이 조급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심’이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김선동 의원은 27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총선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때만 해도 초·재선 의원들은 황 대표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상당수 이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집단적 움직임의 배경에는 심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정책위의장의 영입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색이 지은 초재선 그룹으로서는 김 의원이 황 대표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황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공천작업을 관리할 당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등 친황 체제 구축에 나서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계파색이 옅고 정치 경험이 풍부한 비박계 원내대표-친박계 김 정책위의장 조를 선택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심 원내대표와 황 대표가 갈등을 빚을 경우 김 정책위의장이 ‘완충지대’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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