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정쟁거리들로 인해 정치가 실종된 가운데 5선 비박계 심재철 의원이 자유한국당 원내지휘봉을 잡았다. 심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친박계’ 3선의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은 정책위의장을 맡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예산안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등 정치권은 일촉즉발의 경색 국면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치지도자들의 창의적인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심 원내대표는 당선이 확정된 후 “여러분들의 미래를 위한 고심의 결단들이 이렇게 모였다”며 “민주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을 찾아가 ‘오늘 당장 예산안을 추진하려는 거 정지하라. 4+1 안 된다. 같이 협의하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위의장을 맡게 된 김재원 의원도 “이기는 정당, 늘 승리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심 원내대표가 해결해야 할 긴급한 숙제들은 원내대표 경선 공약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패스트트랙 싸움에서 이기는 협상을 할 것’, ‘투명한 공천을 위해 황교안 대표에 직언할 것’, ‘보수대통합’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심 원내대표는 크게 비박계로 분류되긴 하지만 사실상 계파가 없다. 경선 출마 기자회견 때도,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나는 계파가 없다”고 강조했다.

심 원내대표는 당내에서는 김무성(6선) 의원을 제외하면 최다선이다. 2000년 16대 총선을 시작으로 경기도 안양에서 5선을 했다.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그간 발자취를 봤을 때, 심 원내대표는 여권과 협상보다는 강경 투쟁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무수석을 지낸 ‘친박계 핵심’인 김 정책위의장은 검사 출신이다. 그는 전날에도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의 예산심사에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떼도둑 무리”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새롭게 진용을 갖춘 심재철-김재원 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냉동 정국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관심이 높다. 정치력의 마술을 발휘하여 아무도 예상치 못한 지혜를 창출해내길 기대한다. 국민을 암울케 하는 정치권의 극한갈등이 너무 깊고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