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실시 예정 환경영향평가
美측 차일피일에 시기 불투명
사드 최종배치 자동적 지연돼
국책지원사업 무산 우려 팽배
한중관계·반대주민들 변수에
현 임시배치 문제없다 반응도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 작업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면서 당초 약속했던 국책사업 재정지원도 언제 이뤄질 지 불투명하게 됐다. 더구나 군 일각에서는 사드기지를 ‘임시배치’로 계속 운용해도 상관없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어 자칫 성주지역 국책사업 지원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8일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 부지 70만㎡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 작업을 시작도 하지 못했다”며 내년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성주에 설치된 사드 기지 발사체계는 임시배치되어 작전 운용되고 있는 상태다. 사드 체계 최종 배치는 일반환경영향평가 결과에 기초해 결정한다는 정부의 공식적인 방침인 만큼 일반환경영향평가 작업이 내년으로 연기되면 사드 체계는 내년에도 임시 배치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사드기지 최종배치를 위한 일련의 과정이 완료됐을 때 국책사업 지원을 해주기로 했던 약속이 계속 늦춰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번에 사드 기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 작업이 늦어진 데는 미국 측이 사드 기지 부지 70만㎡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늦게 제출한 데다, 사업계획서에 대한 양국의 검토·협의가 늦어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려면 해당 부지의 활용 방안을 적은 사업계획서가 있어야 하는 데, 미측이 이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 2월 중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군 일각에서는 현재 임시배치된 상태로도 작전 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반환경영향평가 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사드 체계의 작전 운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일반환경영향평가 작업을 빨리 끝내는 것은 명분상에서 이로울 수 있으나, 현재 작전에 이상이 없고 기지 내 장병 주거시설 개선 공사도 진행 중이므로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즉, ‘최종배치 결정’이란 절차 없이 임시 배치 상태로 계속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를 악화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성주지역민 입장에서는 정부가 약속한 국책사업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드 체계는 ‘임시배치’로 계속 운용하는 형태로 끌려갈 수 있다.

또 아직도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반환경영향평가 작업 후 진행하게 될 주민공청회가 어떻게 될 지 확신하기 어려운 점도 지연 사유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등 사드 반대 6개 단체는 지난 10월 ‘제10차 범국민평화행동’집회에서 결의문을 통해 “일반환경영향평가와 기지공사 등 모든 사드 배치 절차를 거부한다”며 “정부는 기지공사 중단과 사드 철회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국책사업 지원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표출했다.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8월 성주군청을 방문해 “사드배치를 전제로 한 정부의 지원사업을 요구하지 말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드기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가 나오고 주민공청회를 거쳐 최종배치가 돼야 주한미군공여법 시행령 같은 법령개정과 국방부나 총리실을 통한 국책사업지원이 뒤따를 수 있는 데, 지역내에서 국책사업 재정지원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난감하다”면서 “사드 기지를 반대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도 국책사업 지원은 반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성주군은 3년 전 사드배치 찬반갈등 상황에서 국방부가 결정한 성산포대에서 현재의 사드기지로 이전 하는 결과를 받아내면서 국책사업 약속을 이끌어 낸 바 있다. 당시 국책사업으로 지원하기로 한 사업은 성주∼대구 간 경전철 연결을 비롯해 성주∼대구 고속도로, 국도 6차로 확장 등이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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