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공감 얻지 못하면 세금 낭비일 뿐”

최근 경북도가 도청 앞마당에 설치한 ‘공룡 골격 조형물’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조형물은 경북도가 지난 4일 도청 앞마당에 길이 10.5m, 높이 3.5m의 거대한 공룡 골격 모형이다. 조형물 설치에는 1천900만여 원이 들었다.

공룡조형물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급변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고 공무원들에게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조형물 설치와 관련해 “미국 구글 본사에 있던 공룡을 가져다 놨습니다. 덩치가 크고 힘이 강해서 그 시대를 주름잡았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 못 하면 사라지듯, 직원들에게 ‘변해야 산다’를 강조합니다. 경각심을 위해 도청 전정에 설치했는데요. 하루하루 도민들을 위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겠습니다”라고 SNS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굳이 도청 정문 앞에 흉물처럼 보일 수 있는 공룡 골격 조형물을 설치해야 했느냐는 목소리와 함께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청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뜬금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경북도청을 처음 방문한 김지현(38·여)씨는 “도청 입구가 아닌 공룡 박물관 입구같다”며 “공룡이 지역 특성을 표현한 것도 아닌데 굳이 도청 입구에 설치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역의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 조형물과 관련된 기사와 함께 “설치한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주민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 조형물을 세금 들여 설치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글도 올라왔다. 일부 도민들은 ‘태풍이나 강한 바람이 불면 산산조각 날 수천만 원짜리 뼛조각을 왜 설치했느냐’, ‘혐오스럽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도 나타냈다.

당초 경북도는 이 조형물에 대해 설명할 안내판 설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부랴부랴 조형물 안내판을 설치했다. 안내판이 설치되자 일부 시민들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경북도청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이 지사가 SNS를 통해 ‘미국 구글 본사에 있던 공룡을 가져왔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일부 주민들은 미국에 있던 기존의 조형물을 구글로부터 구매해 온 것으로 착각하는 사례도 빚어졌다. 이에 대해 경북도는 “지난 9월 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미국 구글 본사를 방문했을 때 이 공룡 조형물의 의미를 파악한 뒤 공룡 골격 조형물 설치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면서 “이 조형물은 도내 한 공룡공원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주문 제작해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해 반응에 따라 이 조형물 위치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병현기자

    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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