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검찰, 경찰 사이에 번지고 있는 희대의 전운(戰雲)으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등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갈등 양상을 요약하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경찰과 한통속이고, 검찰은 야당과 한 묶음으로 치부되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복마전 국가가 또 있을까. 도대체 국민은 어디를, 또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돼 조사를 받기 직전 자살한 검찰 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놓고 벌이는 이른바 ‘특감반원 아이폰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검찰이 빼앗아간 휴대전화를 재확보하기 위해 경찰이 2차례나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지체없이 기각했다.

이 판국에 청와대는 5선 거물 정치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세워 말을 잘 안 듣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들을 잘라내겠다는 의중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한 ‘조국 사태’ 이후, 패스트트랙 정쟁까지 겹치면서 숨 돌릴 겨를도 없이 펼쳐지고 있는 난타전에 나랏일은 총체적 혼란 속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김기현 ‘하명 수사’ 의혹은 이 나라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다. 때에 따라서는 정권을 스스로 망가뜨린 박근혜 전 대통령 치하의 ‘직권남용’ 수준을 뛰어넘는 메가톤급 의혹으로 번질 공산이 높다. 사안의 휘발성을 의식한 탓인지 청와대가 연일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간단히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경찰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이 엄청난 의혹에 경찰이 앞장서 수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뻔뻔한 행태다.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부추겨 임명한 검찰총장을 거꾸로 공격하며 노골적으로 경찰 편을 드는 범여권의 언행 또한 온당치 않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로 거듭나야 하는 ‘검찰개혁’을 망치려고 하는 쪽은 지금 누구인가. 국민은 청와대의 진솔한 고백을 듣고 싶어 한다. 대체 무슨 기막힌 일들이 일어난 것인가. 뭔가 크게 잘못돼가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비극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은 아닌지 진중히 성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