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은 피카소와 어깨를 견주는 거장입니다. 화려한 색깔을 절묘하게 구사해 색채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공산 혁명과 나치의 핍박을 피해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를 떠돌며 노마드로서 살아간 유대인이지요. 샤갈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벨라와의 사랑입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사랑이 한가득 색채에 녹아 있습니다.

붓을 놀릴 때마다 캔버스가 그의 밑에서 떨렸다. 붉은색, 푸른색, 흰색… 그는 나를 색채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이더니 갑자기 바닥에서 떠오르게 했고, 그의 작은 방이 너무 비좁게 느껴졌는지 자신도 같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몸을 길게 늘이고는 천장에서 떠다니는 것이었다. 고개를 뒤로 젖혔고 내 고개도 뒤로 젖혔다. 그리고 내 귀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그림이 맘에 드오?” ‘첫 만남’- 벨라 로젠필드

벨라와 샤갈의 만남은 신분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샤갈의 외가는 도살업을 했고 아버지는 노동자에 불과했지만 벨라의 집안은 보석 가게를 3개나 운영하는 명문 가문이었기 때문이었지요. 벨라 역시 역사, 문학, 철학을 공부하고 배우를 꿈꾸는 대단한 인재였으니 부모의 반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샤갈의 그림은 벨라를 만나면서 더 빛나고 아름답고 화려하게 무르익어갑니다.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1915년 둘은 마침내 결혼을 합니다. 샤갈은 평생 자신의 그림에 벨라를 녹여냈습니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은 절로 공중에 두둥실 떠오를 만큼 행복했던 샤갈. 하지만, 1944년 벨라는 감염에 의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지요. 샤갈은 벨라의 죽음 이후 9개월 동안 제대로 먹지도, 잠을 잘 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없는 상태에 빠집니다. (계속)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