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창 영양군수

얼마 전 우리나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0.88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소 기록을 새로 썼다. 작년과 비교해 출생아 수가 6천 687명(8.3%)이 줄어 1981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3분기 기준 최소 기록으로, 합계출산율 역시 전년 동기보다 0.08명 떨어지면서 2년째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이 확실시되고 있다. 1960년 중반, 합계출산율이 5.63명이던 시절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정부가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할 정도로 높은 출산율을 경제성장에 큰 걸림돌로 여기던 때도 있었다. 산아제한을 실시한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의 결과는 참담하기만 하다. 저출산을 넘어 이제 합계 출산율이 1.3명 이하인 초저출산 시대로 접어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출산율 저하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정부도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조직해 지난 2006년부터 150조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2015년 반짝 회복했던 것을 제외하면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명대에 진입해 세계 최초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됐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정부도 기존의 저출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인구 감소 충격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장기간의 출산율 저하가 단순히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정도의 대책으로는 지금의 방향과 추세가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출산율과 출생아 수를 목표로 하는 국가주도 출산정책에서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람중심 정책으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영양군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출산양육비 지급도 최근 출산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지급하던 양육비 지급도 원정출산과 같은 논란이 일고 있어 많은 지자체에서 사업 지속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정책의 추진에도 적절한 시기와 처방이 필요하다. 정책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영양군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1973년 7만791명이던 영양군의 인구는 2002년 인구 2만명 선이 붕괴되더니, 이제 인구 1만 7천명선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다다랐다. 인구는 자치단체 조직규모를 정하는 기본척도이자 중앙정부의 지자체 평가에 있어 각종 교부세와 지방세 확충에 주요 산정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기에 논란이 일고 있는 양육비 지급도 지자체에서는 경쟁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급감으로 인해 자치단체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 오기까지 영양군에서도 인구증가를 위한 많은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타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되레 인구 감소 속도만 빨라졌다. 이런 급박한 상황을 맞아 더 이상의 인구 후퇴는 안 된다는 군민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 11월 29일, 인구감소 대책을 위한 간담회와 인구증가 결의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영양군에서는 이미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사전 조치로 4월부터 준비한 ‘영양군 인구증가정책 지원조례’ 제정을 앞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관내 신규 전입자에 대한 각종 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그 효과 역시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신규 전입자 유치에는 대규모 기업 유치와 같은 대규모 전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큰 성과를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인구증가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더 이상의 인구 감소를 방관하지 말자는 군민들과의 공감대 형성과 결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선제적이고 획기적인 인구증대 방안들을 마련하고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특히 출산과 양육의 정책적 지원과 영양군 저출산의 해결책을 총괄할 ‘영양군 인구지킴이 민관공동체 대응센터’건립사업과 방과후 학생들의 돌봄 공백을 해소할 ‘공립형 지역아동센터 건립사업’이 내년에 완공되면 인구 증가를 위한 대책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아직은 정책적으로 아쉬움과 부족함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차별화된 귀농귀촌 지원과 시행 중인 출산보육정책까지 보다 촘촘히 보완하고 새로운 시책을 발굴해 인구정책의 새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들을 부모뿐만 아니라 가족, 이웃 등 온 마을, 온 나라가 하나 되어 함께 키운다는 마음가짐을 우리 모두가 가진다면 심각한 저출산 문제 해결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당장의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임시방편보다는 적어도 30∼40년 후의 미래를 생각하며 천천히, 그러나 견고하게 추진되는 정책의 고민을 이번 민선 7기 임기 내에서 담아보려고 한다. 인구 절벽에 마주한 지금 위기가 곧 기회가 되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영양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