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강대강 대치가 우려스럽다. 정기국회 폐회일인 10일이 다가오고 있는 데도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벼랑 끝 대치가 더욱 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의 일방 처리 수순에 들어갔고, 자유한국당은 강력 저지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청와대 하명 수사 및 감찰 무마 의혹이 계속 확산하면서 여야는 물론 여권과 검찰 간 대립마저 심화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한국당에 최후통첩을 했다. 지난 3일 한국당에 민생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사전에 철회할 것을 요청한 데 이어 이날 다시 한국당의 협상 참여 전제조건으로 필리버스터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입장 변화를 압박하는 동시에 최악의 경우 패스트트랙 법안 및 예산안을 일방 처리하기 위한 명분을 쌓기위한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한국당이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카드를 공식적으로 폐기하면 한국당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 왔다.

다만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이 최종 불발될 경우에 대비, 4+1 협의체 논의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공수처법의 경우 본회의 의결정족수 확보가 가능한 안건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선거법은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을 기준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적용 의석 규모와 연동률 등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이른바 ‘2대 악법 저지 및 3대 청와대 게이트’를 연결고리로 대여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공수처에 대한 원천 반대 입장을 기조로 하명 수사 의혹, 감찰 무마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파상공세다.

어쨌든 여야가 제대로 대화 한번 하지못한 채 강대강 대치로만 치닫고 있는 것은 국회 정상화를 고대하는 국민들에게 매우 실망스런 모습이다. 그나마 여당이 선거법은 한국당의 원내사령탑이 새로 선출될 때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은 여야간 협상의 물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한다. 현재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강석호·유기준 의원 등이 모두 협상력 복원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삭발과 단식투쟁으로 한국당을 강경노선으로 이끌고 있는 황교안 대표도 패스트트랙 법안과 선거제개편안을 무조건 반대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건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연장을 막은 것 역시 새로운 원내지도부의 협상력 복원에 기대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민주당과 한국당은 대화와 협상에 나서서 민생법안과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성숙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전부 아니면 전무’인 대통령중심제란 권력구조가 협상없는 정치를 촉발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되짚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