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배우고 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유가 경전인 <논어>의 첫머리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씀이다.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요즘 말로 공부를 한다는 것일 터인데, 성인(聖人)의 반열에 오른 공자님도 공부를 한다는 것과 또 그것을 기쁘게 여긴다는 걸 알 수 있다. 학창시절의 학생들이나 하는 것이 공부요, 지긋지긋하지만 입시나 취직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공부라는 보통사람들의 통념과는 많이 다른 말씀이다.

현생인류를 분류학상 학명으로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라고 한다. 우리말로 ‘슬기슬기사람’이라고도 하는데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바꾸어도 될 것 같다. 인류가 다른 영장류에서 갈라져 나온 원인이 바로 공부하는 특성과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사람노릇을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세상이 복잡다단해질수록 해야 할 공부도 그만큼 더 많아지게 마련이다.

우선은 생업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남다른 재능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보통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열심히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각종 시험에 높은 점수를 받고 더 좋은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보장 받는 건 아니라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소위 출세를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남보다 많은 재물을 모으고 높은 지위에 올라간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전락해서 감옥에 가거나 자살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남에게 고약한 갑질을 하거나 자기이익을 위해서 남을 해치고 부정부패를 일삼거나 하는 것은 아무래도 인문학적인 소양의 부족에서 나오는 행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려면 평생을 두고 덕을 쌓고 교양을 갖추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인문학적인 공부다. 인문학이 보통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일컫는다. 그것을 통해 폭넓고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삶의 진실을 깨치는 것이 인문학적인 공부다. 물론 예술과 종교를 통해 심미안과 영성을 함양하는 것도 인문학의 영역이라 할 수가 있고.

요즘은 참 공부하기 좋은 시절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무슨 공부든 손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다. 휴대전화기 하나면 세상의 온갖 정보에 접속할 수가 있는 데다 유튜브(Youtuve) 같은 동영상으로 각계 석학들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음악과 미술을 배우는 것에서부터 문학과 철학과 역사와 종교에 이르기까지 혼자서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리고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세계를 두루 여행하면서 인문과 자연을 배우는 것도 어렵지 않은 시절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은 시류에 휩쓸리거나 편견과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는다. 복잡하고 혼란한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올바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 편향된 진영논리나 당리당략 따위에 인생을 걸지 않는다. 기쁘고 정의롭지 않은 것은 공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