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溫柔)의 한자어를 풀어보면 따뜻할 온(溫), 부드러울 유(柔)입니다. 영어로는 meekness죠.

어감으로 느껴지는 온유는 부드럽고 나약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약함을 뜻하는 weakness와 어감도 비슷해서 더욱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일까요?

온유의 진정한 의미를 파헤치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집니다. 용기, 절제, 지혜, 경건 등과 더불어 온유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고대 철학의 중요한 미덕 가운데 하나였지요.

희랍 원어로 온유는 프라우스(πραν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온유의 미덕을 힘(power)이 있을 때 그 힘을 잘 조절하는 능력으로 표현합니다. 희랍어 학자 윌리엄 바클레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프라우스에는 부드러움이 있으나 배후에는 강철과 같은 힘이 있다.”

프라우스의 원래 뜻은, 야생 동물이 주인에게 잘 길들여져서 쉽게 다룰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지구 상에서 거래되는 동물 중에 가장 비싼 종이 무엇인지 혹시 아십니까? 써러브렛(Thoroughbred)이라는 종마는 실전에서 뛰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지 종자만으로 최소 150억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비싼 말은 Sunday Silence 즉 일요일의 침묵이라는 이름의 수컷 종마인데요. 일본의 한 갑부가 이 종마를 구매하려고 1억달러(약 1천200억원)의 금액을 제시했다가 단번에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왜냐구요? 이 종마의 씨를 받기 위해 전 세계 각국에서 암컷 명마들이 줄을 지어 섰기 때문이지요.

수익이 대단합니다. 1회 교배에 받는 비용이 5억원이라나요? 1년에 줄잡아 100번 정도 교배가 성사된다 하니, 바보가 아닌 한 연매출 500억을 거뜬히 올리는 종마를 1천200억에 팔아 치울 리가 없겠습니다. 참으로 오묘한 말(馬)들의 세상입니다.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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