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대구의 남대구IC에 진입하려면 길게 쭉 뻗은 도로를 한참 지나야 한다. 그리고 경부고속도로 구미IC를 지나면, 일반 고속도로보다 더 넓고 곧게 뻗어 있는 고속도로를 만난다. 이들은 과거 공군용 비상활주로였다.

필자는 공군 관제장교 출신이라 과거 군복무 시에 전국 비상활주로 좌표를 외우던 기억이 난다. 월배 비상활주로 자리에는 공장과 상가가 들어서 있고, 구미 비상활주로는 가변식에서 고정식 중앙분리대로 바뀐 것 같다.

경북에는 영주와 울진에도 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군 시절 영주 비상활주로는 자주 갔었는데 요즘은 어떻게 변했는지 사뭇 궁금하다.

월배 비상활주로와 구미 비상활주로를 지나갈 때면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예비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군사시설에서 해제되어 공장과 상가를 다 지어버렸는데, 언젠가 필요할 때에는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상비군과 예비군을 복합적으로 운영한다. 이들을 다 합해서 국가방위군 및 예비군이라고 한다.

일반 징병제 국가에서 제대 후 편입되는 예비군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절대 다수가 처음부터 예비군이 되는 개념이 존재한다. 미국이 연방국가임에 따라 연방예비군과 주방위군으로 구분되고, 상황에 따라 부분동원과 총동원을 할 수 있다. 2019년 현재, 미군은 상비군의 수가 135만 명, 예비군의 수가 81만 명에 달하며, 비상근과 상근 예비군 제도를 운영하면서 상비군 수준의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비상근 예비역은 1년에 대략 보름에서 한달 반 정도의 훈련을 받고, 소수의 상근예비역은 이보다 훨씬 긴 연간 180일의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미국의 예비군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전시에도 동원되는 전력이다.

한국은 국민 개병주의로 징병제를 시행하는 국가이지만 요즘 모병제가 대두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모병제는 개인의 자발적인 의사로 입대하는 직업군인을 위주로 하는 제도라면, 징병제는 국민이라면 무조건 지게 되는 병역의 의무로 군복무를 하는 것이다. 냉전 이후 대체로 유럽의 각국들은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하는 추세였으나, 모병의 문제, 비용증가의 문제 등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모병제 도입 논란에 대해 아직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아 중장기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당장에 쓰지 않는다고 민간에 분양해버리거나 고정식 중앙분리대를 설치해서 사장(死藏)시키듯이 예비군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운영하면 어떨까? 미국식 예비군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볼 것을 제안한다. 건성건성 애국(!) 페이로 예비군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현업에 종사하면서 충분한 보수를 지급받는 예비군으로 더블 잡(job)을 뛰게 하면 어떨까? 징병제이든지 모병제이든지, 어느 병역제도를 선택하더라도 미국식 예비군제도는 좋은 보완책이 될 것이다. 특히 인구감소에 따른 병력자원 부족 문제에도 효과적일 듯하다. 무조건 미국의 제도를 따르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를 한국의 실정에 맞게 잘 응용하면 답이 나올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