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과 586
386과 586
  • 등록일 2019.12.02 20:04
  • 게재일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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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체계화하고 학문으로 성립시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맹자가 내세운 천심(天心)에 대해 공자는 ‘민심이 곧 천심이니 민심을 얻은 자가 천심을 가진 자’ 라고 정리했다. 맹자 역시 왕조는 천명에 의해 일어나며 천명(命)이 바뀌는(革) 것이 곧 역성혁명(易姓革命)이라 했다.

이 혁명론은 민본주의와 직결되며 혁명의 주체는 엄격한 도덕성과 정의가 요구된다. 고려 말 목은 이색의 문하인 정몽주는 시경(詩經)의 이념을 바탕으로 고려왕조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하려는 온건파인 반면, 동문수학한 정도전은 서경(書經)의 정치이념과 궤를 같이하며 혁명을 들어 신 국가를 건설하자는 급진파로 역성혁명을 주장했다. 결국 신흥무인세력과 결탁한 급진파는 이 혁명을 통해 1392년 조선을 세우게 된다. 이처럼 혁명의 정당화는 완결된 인격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추진되었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현대사에서 1980년대는 민주화운동이 가장 격렬하게 대중적으로 확산된 시기이며, 대학생집단이 주도하였다. 1960년대 출생해 80년대 대학생활을 했고 90년대에 30대였던 이들이 바로 386세대로 부르는 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1980년 광주항쟁에서부터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주화운동에서 이들은 사회의 공정과 정의 그리고 민주와 도덕을 앞세워 군사독재에 대항했다.

이 운동권세대가 정치에 대거 진입한 건 2000년 총선 때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젊은 피 수혈’이라는 명분 속에 이 그룹을 대거 정치권에 입문시켰고, 2002년 대통령 선거 때 이들이 노무현 후보의 열렬한 지지와 2004년 열린우리당까지 이끌면서 진보정치의 세대적 기반이 됐다.

그들은 현재 한국정치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지도적인 위치에 도달했다. 이들은 짧은 고난으로 오랜 세월 영욕을 누리며 이제는 ‘586세대’가 됐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볼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 민주화의 선봉에 있었다는 그들만의 도덕적 우월감과 독특한 연대감을 갖추고 열정으로 세상을 바꿔보려 했던 패기가 모순과 불의로 가득 찬 사회적 관계 속에서 없어지고 현실과 타협하며 기득권층이 된 것이다.

보수기득권층을 경멸과 증오로 대하며 ‘우리끼리’ 라는 등식의 카르텔을 형성하여 공유하던 진보의 도덕과 정의도 사라졌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으며, 남의 눈 티끌까지 비판하면서 내 눈 속의 들보는 모른 척하는 이중적 태도까지 보인다. 국가의 주요정책이 처음부터 운동권 출신의 폐쇄적 생각에서 결정되니 그들 이외의 국민들이 이해 못하고 당혹해하는 결과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진다. 국민소득 약 2천달러 수준의 80년대에 저항했던 운동의 기억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시대의 한국을 진단하고 이끌어 가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다.

자칭 진보라는 그들이 과거에 ‘독재’라고 그토록 비판하며 민주화를 외쳤던 정치행태를 지금 와서 더 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 속성으로 적폐 덩어리로 변해있는 그들은 반드시 퇴출되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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