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놓고 ‘네 탓 공방’만 벌이며 시간을 보내는 정치인들의 몹쓸 작태가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지진 특별법’을 애타게 기다리는 포항의 민심은 물론이고, 당장 민생을 위해 긴급입법을 학수고대하는 어려운 서민계층의 절박한 사정을 내팽개친 채 정치적 이해득실만 헤아리는 정치꾼들의 행태에 국민들은 넌더리를 내고 있다. ‘민생법안’을 제물 삼아 정치 공방만 벌이는 못된 정치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민생법안 등 199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을 강행하면서 각종 민생법안 제정이 올스톱됐다. 하루빨리 처리해야 할 입법에 제동이 걸려 또 한 번 당사자들을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비상한 선택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총력 저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불법 국회 봉쇄로 각종 민생법안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민식이법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제안에 대해 왜 여당은 아직도 묵묵부답이냐”고 물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원포인트 본회의를 소집해 합의한 법을 우선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민생법안 우선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공개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민생법안’을 중히 여기는 척하는 여야 정치인들은 언제나 말 따로 행동 따로다. ‘민생’이라는 용어를 선동 불쏘시개로나 하염없이 악용하면서 모든 게 상대 당 때문에 안 되는 것으로 몰아 때리는 ‘덤터기 씌우기 무한경쟁’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불의의 재난을 당해 눈물짓고 있는 포항의 서러운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힘자랑 줄다리기에만 열중인 여야 정치인들의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난다. 도대체 정치를 왜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만 키우고 있는 저 구닥다리 정략 놀음을 멈출 묘책은 정녕 없는 것인가. 참으로 답답한 국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