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 쓴 안동 늦깎이 학생 102명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 졸업식

안동시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102명의 어르신이 학사모 쓰고 늦깎이 특별한 졸업식을 가졌다. /안동시 제공
“나이 아흔에 글자를 배우니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렸어요”

최근 ‘2019 경북도 문해 대잔치’에서 시화전 대상을 받은 권분한(90) 할머니의 말이다.

안동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권 씨는 어머니가 딸만 셋을 낳아 분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이 ‘분한이’가 됐다고 소개한 자작시로 ‘경북도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부문 대상을 받았다. 권 씨는 이 시를 통해 “내가 진짜 분한 건 글을 못 배운 것”이라며 “쭈그렁 할머니가 돼서야 공부를 시작했고 배울수록 공부가 재미나고 행복하다”고 표현했다.

권 씨처럼 늦게 배움의 길을 시작한 늦깎이 학생들의 특별한 졸업식이 안동에서 열렸다.

안동시는 지난달 28일 안동댐 세계물포럼기념센터에서 ‘2019년도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졸업식에는 권 씨를 비롯해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된 어르신 102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이번 졸업식에서는 ‘국제교육도시 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졸업생 전원에게 학사모를 쓰는 기회를 제공하고 졸업 사진액자도 선물했다. 아울러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성인 문해 시화전’도 함께 열렸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세상 어떤 학교의 졸업식보다 뜻깊은 오늘 졸업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102명의 늦깎이 졸업생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라고 했다.

한편, 안동시 찾아가는 한글배달교실은 읍·면 단위에 거주하는 비문해자들을 위해 2014년부터 문해 교사를 파견해 한글 교육을 하는 사업으로 안동시와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 안동시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주관으로 6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2014년 첫해 3개 면 45명의 교육생으로 시작한 한글배달교실은 해마다 확대돼 현재까지 천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안동/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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