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상정 안건 199건
한국당 ‘필리버스터’ 신청
민생법안 제정 차질 예상
여야 극한대립에 불만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전략으로 열흘도 남지 않은 정기국회가 ‘올스톱’되면서 포항지진특별법도 발목이 잡혔다. 1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여론전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민생법안 우선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는 제안이 나와 그 결과에 따라 포항지진특별법 통과 여부도 결정된다. 다만 바른미래당과 한국당, 민주당은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서로에 대한 불신이 크고, 필리버스터에 대한 생각이 달라 합의까지는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존의 정치, 협상의 정치가 종언을 고했다”고 한국당을 규탄했다. 그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국회를 완전히 마비시켜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려는, 필리버스터의 미명 아래 난폭하게 진행한 정치적 폭거”라며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은 ‘법질극’”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또 “필리버스터가 완전히 전제되지 않은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고 순수한 민생법안, 경제활력법안, 비쟁점법안을 처리하자고 한다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며 “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제 마음속 의심이 커졌다. 민생법안 처리 정신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더 이상 신청하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에 신청한 199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철회해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아예 국회 자체를 봉쇄한, 사상 초유의 폭거이자 정치적 테러”라며 “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그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은 법안, 대표적으로 민식이법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하자는 오신환 원내대표의 제안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당장이라도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하자”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199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지만, 실제로는 여야 쟁점 사안인 5개 법안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시민들은 여야 간의 대립으로 인해 포항지진특별법 처리가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한국당이 주도해 상정한 법안마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 포항시민은 “포항지진특별법도 그렇지만, 각종 민생 법안에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좀 심한 것 같다”면서 “보수의 텃밭인 경북지역민이라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울 지경이다”고 밝혔고, 또 다른 시민 역시 “이번 필리버스터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이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자신을 학부모라고 밝힌 한 포항시민은 “유치원 3법은 아이를 둔 학부모라면 정치적 성향을 떠나 누구나 통과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런 법안까지 볼모로 잡는 한국당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당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좀 더 사태를 관망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종종 보였다. 다른 포항 시민은 “필리버스터는 불법이 아니며 지극히 정상적인 국회 활동이다. 여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꼼수를 막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 외에도 “민주당이나 한국당이나 둘 다 똑같이 국민은 안중에 없는 당이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잿밥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등 정치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는 내용도 많았다.

한국당 내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이 발의에 적극 참여했던 포항지진특별법에 대해 필리버스터 신청을 한 건 모순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우리 당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노력해 발의한 법안에도 필리버스터를 적용했는데 실제 그런 상황이 연출될 경우 일반 국민에겐 코미디로 비춰지지 않겠나”라며 필리버스터를 주도한 나경원 원내대표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박형남·전준혁 기자

    박형남·전준혁 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