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책 옹호 …통과땐 시장 소환
동참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론 억울

양은향 대표, 박정호 시의원, 이나겸 시의원
양은향 대표, 박정호 시의원, 이나겸 시의원

포항시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SRF)을 둘러싼 주민소환 투표가 오는 12월 18일 치러진다. SRF의 폐쇄와 이전을 요구하며 대구·경북지역 첫 주민소환을 청구한 ‘오천 SRF반대 어머니회’와 의견을 달리하는 오천 지역구 박정호, 이나겸 시의원을 만났다. 오천 지역구 시의원은 3명이지만, 어머니회 등과 집회 등에 참석해서 한목소리를 냈던 박칠용 시의원은 주민소환대상에서 제외됐다.

어머니회 대표

“악취와 미세먼지 등으로 고통받아온 오천지역 주민들의 분노와 뜻을 전하려고 추진‘SRF 운행정지가처분신청’아니면 소송까지 생각”

시의원측

“‘혐오시설을 찬성해서 주민소환을 한다’는 말은 논리적 비약 이번 주민소환이 통과된다면,앞으로 지방의회가 일부 여론과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할 수 없어 소극적인 의정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

◈ 양은향 SRF반대측 대표

-주민소환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포항시의회 의원이라면 포항시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 더구나 오천읍 시의원으로서 지역민들의 주장을 대변해줬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포항시와 SRF를 감싸는 식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주민소환을 청구하게 됐다.

-주민투표가 통과되더라도 SRF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주민소환도 악취와 미세먼지 등으로 고통받아온 오천지역 주민들의 분노와 뜻을 전하려고 추진하는 것이다. 앞으로 주민들과 더 의논해봐야겠지만, 이번 주민소환을 시작으로 ‘SRF 운행정지가처분신청’이나 소송까지 생각하고 있다. 주민소환이 통과되는 등 주민들의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두 시의원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이 끝이 아니라 이강덕 포항시장에 대한 주민소환도 추진할 생각이다. 어머니회를 비롯한 SRF 비대위는 SRF의 폐쇄와 이전만이 진정 주민들을 위한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포항시를 비롯해 두 의원은 SRF에 대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포항시가 각종 자료로 SRF가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믿을 수 없다. 환경부의 굴뚝원격감시체계(TMS)로 관리되고 있고, 유해성분 기준 이하로 배출되고 있어서 안전하다는 말은 받아들일 수 없다. 최근 국정감사에도 TMS 측정기는 조작이 쉽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고, TMS로 상시 측정하는 유해성분은 7가지 정도로 한계가 있다.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은 상시 측정이 되지 않고, 일년에 몇 차례밖에 검사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 기준치보다 낮다고 얘기하면서 안전하다고 하면 어떤 주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

-전국적으로 100여건의 주민소환이 진행돼 실질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사례는 1건밖에 없다. 이번 주민소환 투표결과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주민소환청구 서명부를 작성하려고 많은 주민을 만났는데, 포항시를 비롯해 두 시의원에 대한 불신이 크다. 포항시는 SRF를 지어서는 안 될 곳에 지어놓고, 주민들에게는 이미 지어졌으니까 참으리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두 시의원은 주민들이 아닌 포항시 편을 들고 있어서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다.

◈ 박정호, 이나겸 의원

-주민소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특히 박정호 시의원은 지난해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므로, SRF와 연관짓는 것이 다소 억울할 수 있다는 뒷말도 있는데

△오천에서 십여 년간 살아온 만큼 악취와 먼지 등 대기환경으로 고통받던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그 분노가 SRF 논란으로 폭발했다고 본다. 다만, SRF 운영 중단과 이전을 함께 주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소환 대상이 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SRF는 2009년부터 추진돼 올해 2월 18일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고, 현재까지 시설에 대한 안정성이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으므로 ‘혐오시설을 찬성해서 주민소환을 한다’는 말은 논리적 비약이 있다.

-여전히 SRF시설이 필요한 시설이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SRF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잘못된 시설이고, 그것을 우리가 감싸고 있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SRF는 주민설명회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건립됐고, 우리나라 기준은 물론 다른 선진국들보다도 더 엄격한 대기배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어머니회가 주장하는 다이옥신 배출은 선진국 기준의 1/10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로 운영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해결방법이 아니어서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들을 고민하고, 추진 중이었다.

SRF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현실적인 요구 사항을 조율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주민분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서 이 상황까지 온 것 같다.

-이번 주민소환이 지방의회 운영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데

△이번 주민소환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지방의회가 일부 여론과 반대되는 의견을 주장할 수 없어 소극적인 의정 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포항지역 일부 현안과 관련한 이해당사자들이 지역구 시의원들에게 ‘일이 잘못되면 우리도 주민소환을 하겠다’는 식의 얘기를 하고 있다. 직무유기를 하거나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잘못된 의정활동을 벌이는 등의 합당한 이유가 아닌 사안까지도 주민소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주민소환 운영으로 오해도 있었다고 들었다

△선관위가 주민소환과 관련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서명기간 동안 서명부 작성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주민소환 주체인 어머니회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선관위의 애매한 설명 때문에 오해가 더 쌓였다. 서명부 작성이 거의 끝나갈 때가 돼서야 선관위가 주민들이나 어머니회와 만나 저의 주장을 개진해도 된다는 말을 해줬다.

/안찬규기자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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