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정 주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여 남았읍디다

미당 서정주의 고향은 선운사가 있는 전북 고창이다. 시인은 선운사로 동백꽃을 보러 갔다가 개화시기를 잘못 알았는지 핏빛으로 타오르는 동백꽃을 못 보고 선운사 동구의 주막집에서 주모의 육자배기만 듣고 왔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 서러운 가락 속에서 무정하고 허망한 세월을 느끼고 막걸리 몇 사발을 마시고 돌아온 시인의 허허로운 마음 자락을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