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명 시인
조현명 시인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싸움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P선생님이 달려가서 지도하고 훈계했다.

그날 오후 선생님에게 멱살이 잡혔다고 학부모가 학생을 데리고 와서 항의했다. 그 학부모의 눈에는 교사 모두가 다 자신의 아들을 멱살 잡은 깡패로 보이는지 소리 지르고 막무가내였다. 불려온 K선생님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책임자가 CCTV 화면으로 확인해보자고 했다. 확인해보니 멱살은커녕 아무 일도 없었다.

마침 그 방향 쪽으로 화면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학부모의 의도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증거 앞에서는 사과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씁쓸하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사건이었다. 이미 사회에서는 교사가 존경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낸 세금이나 등록금으로 월급을 받아가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체육 시간 후 씻고 온 얼굴과 손을 커텐에 닦는 것을 지도하는 선생님에게 ‘이거 우리 부모님이 낸 돈으로 산 건데 어떻게 쓰든지 선생님이 간섭하지 말아요’라고 하는 학생이 생겨날 정도가 되었다.

학부모가 교권에 대해 침해하는 사건이 2018년 기준으로 21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한국교총 2019년 5월 발표). 그것도 드러나고 문제가 된 사건의 경우이고 앞에 적은 것처럼 사소하고 그냥 지나간 사건들은 훨씬 더 많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조사 발표에 의하면 학생들의 교권침해 사건은 2018년 기준으로 2천244건으로 역시 증가하고 있다. 교권 침해사건은 교육활동 부당방해와 상해 폭행이 가장 많고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다음 순이다. 성적굴욕감이나 공무방해, 협박, 손괴, 성폭력 등도 일어났다.

세세한 사례들을 다 읽다보면 놀랄만한 내용도 많다. 그중 언론에서 온통 떠들썩했던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만해도 도대체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인가 의아하기까지 하다.

결국 대부분의 국민이 선생님을 존경하던 시대는 이미 끝나 버린 것이다. 사실상 그와 궤를 같이하여 가르침과 배움이 학교에서 끝나버린 듯하다. 그러나 교사를 존경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아직도 있긴 있다. 그 학생과 학부모들은 스스로 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를 존경하는 학생이야말로 스스로 좋은 교육을 받고 있을 테니 말이다. 잘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깡패 쯤으로 여기고 자신의 노예처럼 여기고 하면 결국 스스로 깡패에게 배우는 것이고 노예에게 배우는 셈이 된다.

해마다 교권보호주간을 시행하라고 공문이 오고 그래서 교사들로 하여금 교문에서 띠를 두르고 플래카드를 걸게 하고 캠페인을 하게 한다.

그것은 교권보호를 교사 스스로 해야 한다 말하고 싶은 어떤 행정가가 만들어내었는지 모르지만 시대에 한참 모순됐다. 이제 교권을 교사 스스로 높여야 할 시대는 끝났다.

학부모 학생이 막무가내이니 교원지위향상법과 교권침해에 대한 처벌을 더 심각하게 높이는 수준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이런 수준으로 가다가는 앞으로 교사, 공무원 기피사유 1번이 민원인들의 권리와 인격 침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