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선거법을 둘러싸고 무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가는 등 패스트트랙 무효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실낱같은 해법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정국 속에 ‘정치 실종’을 개탄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발상 전환이 절박해진 상황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내놓고 온몸으로 투쟁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선거제 부의를 강행하는 것은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라며 “정체불명 선거제, 민심 왜곡 선거제, 위헌적 선거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부의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본회의에 부의된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 요지는 4가지다. 비례대표의석은 지역구 당선자 확정 후 권역별 정당득표율 50%에 비례해 배분하되, 국회의원 정수를 지역구 225명·비례대표 75명으로 조정하고, 지역구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할 수 있는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선거권 연령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하향한다는 것 등이다.

이 선거법 개정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의 해석은 이렇다. 이 법안은 자유한국당이 1당으로 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정의당 등 문재인 정권에 우호적인 군소 정당 의석수를 늘려 민주당의 영구집권을 가능하게 하려는 음모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게임룰인 선거법을 제1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정당들의 이해관계만 반영하여 처리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백번 양보하여 패스트트랙 절차가 설사 합법적이었다 하더라도 게임룰을 유례없이 이렇게 다루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우격다짐으로 만들어진 규칙에 따라 치러지는 선거가 온전할 리도 만무하다. 단식투쟁 중인 황교안 대표도 살리고 실종된 정치도 되찾는 극적 반전을 고대한다. 다양한 대안을 놓고 다시 검토해야 마땅하다. 권력을 쥔 쪽에서 먼저 ‘타협과 양보’의 정신을 발휘하는 게 옳다.